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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포츠

7월의 잉반(글_설까치)









강아솔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 (2012)

강아솔은 제주에서 살며 노래하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란 말이 이제는 하나의 '클리셰'로 받아들여질 만큼 비슷비슷한 음악을 하는 이들의 수가 몇 년간 부쩍 늘었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강아솔의 음악을 듣기 전까지는 고만고만한 또 한 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음반의 첫 곡 <4년 전 5월 그때의 우리>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담담한 목소리에 그대로 무너졌다. '기습'과 같았다. 시와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느낌에 가까웠다.

 

이 음반이 갖고 있는 놀라운 공감의 힘은 강아솔의 목소리에 많이 기대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건반과 첼로 같은 악기들. 이 뻔한 편성에서 강아솔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노래를 살아나게 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사이로 흐르는 건 제주의 바람과 공기가 갖고 있는 치유의 정서다. 강아솔은 <그대에겐>에서 "이 노래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오"라고 노래하며 자신의 노래가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요즘 심란한 마음에 정말 많은 위로가 돼주었다. 위로가 필요하다면 강아솔의 목소리를 권한다.

 











 

Polaris [Home] (2002)

1999, 피쉬만즈(Fishmans)의 리더 사토 신지(佐藤伸治)가 세상을 떠났다. 피쉬만즈는 1987년 처음 결성해 빛나는 팝 멜로디와 덥 음악을 결합해 많은 인기를 누렸던 일본의 밴드다. 이들의 앨범 제목에서 따온 '공중캠프'라는 조그만 클럽이 홍대 인근에 생겼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이들의 음악을 주목하는 팬들의 수가 늘어갔다. 사토 신지는 피쉬만즈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피쉬만즈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으며 곡 작업을 주도했다. 그렇기에 신지의 죽음은 곧 피쉬만즈의 죽음을 의미하는 거였다. 피쉬만즈는 그대로 해체됐다.

 

그렇다면 카시와바라 유즈루(柏原譲)는 어떤가. 유즈루는 피쉬만즈의 활동 초창기부터 사토 신지와 함께 해온 베이스 연주자이다. 비록 신지의 그늘에 가져져 있었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그루브는 피쉬만즈 음악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였다. 피쉬만즈의 해체 이후 그가 주도해 만든 폴라리스는 당연하게도(?) 피쉬만즈의 음악을 가장 잘 계승한 밴드로 평가받았다. ''''이라는 피쉬만즈의 특징을 이어가면서도 폴라리스만의 서정과 음악적 야심이 담긴 사운드 스케이프를 담아냈다. 유즈루의 은근한 그루브는 여전히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오오야 유스케(オオヤユウスケ)의 꿈결 같은 멜로디는 짙푸른 풀밭의 아기자기함부터 밤하늘의 광활함까지를 모두 담고 있다. 열대야 속에서, 여름의 공기 속에서 폴라리스의 음악은 특히 더 빛난다.












※ 월간잉여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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