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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대기

위로신의 위로방법


  <슈퍼스타K> 시즌3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이제 와서 <슈퍼스타 K> 참가자에 대한 글을, 더군다나 첫 생방송 날 탈락해 주목 받지 못한 헤이즈에 대한 글을 쓴다고,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공격 받을 수 있겠다. 12월 8일 헤이즈가 OCN '텐' OST에 참여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는 점을 들며 방어하겠다.


  밴드 ‘헤이즈’에는 ‘위로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멤버가 있다. 드럼을 맡고 있는 신동주가 바로 ‘위로신’이다. 별명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예리밴드가 숙소일탈과 방송거부를 한 그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리밴드의 숙소일탈과 방송거부로 고조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엠넷은 한 영상을 공개한다. 편집이 거의 안 된 이 영상에서는 라이벌매치에서 ‘예리밴드’와 맞붙었던 ‘헤이즈’의 탈락 후 소회가 담겨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 헤이즈 보컬 이승준은 건물 밖으로 나와 드러누워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말한다.

  “솔직히 사비파트 다 내가 양보했잖아. 후렴 다 양보하고, 키도 바꿔주고. 내가 그렇게 보여줄 거 없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아무런 말도 안 들어줬잖아... 양보하면 손해보는 거야. 내가 진짜 양보하면 돌아온다고 생각했었거든? 남 도와주면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네.”

  이로 인해 그는 ‘양보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양보를 후회하는 양보신


  ‘00신’이라는 별명엔 인정(認定)과 해학이 담겨있다. 주로 ‘디시 인 사이드’에서 이런 식의 별명 붙이기를 주도하는데, 한 대상의 키워드를 두 글자로 추출해 ‘신(神)’이라는 어근과 합성하는 식이다. 이승준에게 ‘양보신’이란 별명이 붙은 데엔 ‘양보에 관해서는 너님이 신(神)이다. 너님 짱’라는 인정의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위로신' 역시 '위로의 신'이라는 의미의 합성어이다.


  신동주가 ‘위로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양보신을 끊임없이 위로해줬기 때문이다.


체크남방 입은 양보신 옆에 계속 붙어있는 그 사람= 위로신


  이후 위로신은 슈퍼스타 K 시즌 3의 결승전에서 우승 하지 못한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을 위로해줌으로써 더욱 널리 명성을 떨치게 된다.




  주목해야할 것은 위로신의 위로방법이다. 그는 상대방의 푸념을 가로막지도, 거기에 말을 보태지도 않는다. 어쭙잖은 위로의 말이나, ‘훈장질’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곁에 있어줄 뿐이다. 스킨십을 통해 "네 곁에는 너와 공감하는 내가 있다"고 알릴 뿐이다. 체온을 나눌 뿐이다.


  위로가 필요한 잉여들에게 필요한 위로방법도 이런 것은 아닐까? "야, 너네 이러니까 잉여지. 투표도 하고 시민활동도 하란말이야. 국민 개새끼. 20대 개새끼."따위의 훈장질이 때론 필요할 수도 있겠다. "너 아프니? 괜찮아. 원래 청춘은 아파. 아프니까 청춘이야."라는 위로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거기에 배알 꼴려할 잉여들이 있다. 거기에 더 상처받고 외로워할 잉여들이 있다. 자신과 다른 처지의 사람이 쉽사리 내리는 판단, 혹은  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위로는 가슴에 그대로 스며들지 않는 법이다.


  <월간잉여>는 잉여들의 위로신이 되고 싶다. 잉여들이 맘껏 푸념할 수 있는 매체가 되고 싶다. 같은 처지의 잉여들의 해학넘치는 푸념에 보는 잉여들이 웃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매체가, 잉여들의 체온이 묻어나는 매체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잉여들이 언젠가 윤복희의 '여러분'을 번안해 떼창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땐, 누가 날 위로해 주지? 그건 바로 월간잉여..."


  그러기 위해선 '헤이즈' 신동주를 직접 만나 한 수 배워야 하나? 신동주 씨, 인터뷰 해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