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잉터뷰

그녀가 공간 공유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 - 스페이스클라우드 정수현

나는 기독교 전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열성 기독교신자들은 대화가 안 통하고 꽉 막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친기득권적이며 정치적으로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게 다 '일부' 네임드 목사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있으며 그 점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정수현 대표는 내 편견에 균열을 냈다. 정대표와의 대화 시간은 즐거웠고, '정의'를 말하는 그의 어투에서는 진심과 확신이 느껴졌다. 질문, 정리 잉집장

 




 

하시는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여

'스페이스클라우드(spacecloud.kr)'에서 서비스기획을 맡고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공간문제를 공유경제적으로 풀기 위해 설립됐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대관하고 싶은 공간을 소개받을 수 있고, 직접 필요한 시간에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공간이 사용되지 않는 시간을 모아 그 공간이 필요한 분들에게 착한 가격으로 제공되도록 돕는다. 스페이스클라우드 활동 전에는 스페이스 노아에서 1년간 공간 운영을 했다. 그 동안 스페이스 노아에 공간을 문의하는 만 건의 소비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알게 됐다. 때문에 소비자의 필요를 예측해 서비스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내실 있게 공간주와의 관계를 만들고 성장해 연말에는 스페이스클라우드가 100개 정도의 공간을 연결하고 서비스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공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여

잠실에서 6세부터 살았다. 주택가 개발을 중요시하는 동네 분위기가 있었다. 한 동네에 중계소가 56곳이나 생기고, 집을 사면 시세차익을 얻는 문화를 너무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러다 스물두살 때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한 토지정의 세미나에 참석하며 생각이 바뀌게 됐다. ‘희년법이라는 개념을 접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7년마다 안식년을 지냈고 안식년이 일곱번 돌아오는 50년째에는 '희년'이라고 이름 붙인 큰 축제를 성대하게 지냈다(레위 25). 이 해방의 해(희년)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희년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부여해 줌으로써 부와 신분 세습에 의해 생겨나는 사회 불평등 요인을 제거했다. 또한 구약에서의 이스라엘은 사람들에게 땅을 고르게 나눠주고 땅을 사용만 하게 하지 소유거래는 금지했다. 심지어 왕도 땅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가난이 세습되지 않았다. 소득차는 있지만 근본적인 빈곤은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의 분배문제나 빈곤문제의 핵심은 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토지문제 해결의 핵심은 생산성(땅에서 나온 가치)을 고르게,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땅이 개발되고 부가가치가 오르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때문에 개발된 땅에 대한 혜택이 여러 사람들에게 고르게 돌아가야 하는데 오늘날 제도는 그 혜택을 소유자에게만 돌아가게 한다. 우리나라의 핵심동력의 반 이상이 세입자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수입의 절반가까이가 임대료로 빠져나간다. 너무 열심히 일해왔기에 이제까지 버텨왔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저녁이 없는 삶도 이와 연결돼있다. 주거문제도 심각히다. 우리나라 주택 수가 우리나라 가구수보다 많은데 우리나라의 2%의 인구가 주택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한 사람이 1027채를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토지정의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부모님과도 5년째 싸워오고 있다. 어머니께 수익 거둘 생각하지 말고 공시지가(건설교통부가 토지의 가격을 조사, 감정을 해 공시한 것으로 대개 실거래가격과 차이가 있다)’로 집을 팔아버리라고 한다.


말씀 하시는 내용에 공감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종북좌파'라고 딱지 붙고 공격받을 수 있는 주장인 것 같아여. 특히 한국에는 종북좌파 운운하며 친기득권적 연설을 하는 목사들이 많아여. 그래서 수현님 하는 말씀이 의외에여.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을 가르치지 않는 교회가 많다. 그 때문에 풍요와 윤택에 집착하고, 기독교인이면서 기독교 윤리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이 죽어나는 강이 있다고 치자. 강 하류에서 사람만 건져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상류에 가서 근본원인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정의는 가르치지 않고 자선만 가르치는 것은 강의 하류에서 사람만 건져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다수 교인은 자선만 행하고 정의에는 관심이 없다. 교회에서 친분관계 쌓고 장사하려는 일부 교인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본다. 프로테스탄트의 정신이 개혁아닌가? 프로테스탄트(개신교)를 프로테스탄트(개혁) 해야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도 일하셨다고.

201111월부터 20131월까지 1년 반 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활동했다. 대학과 관련해 개선해야 할 지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학벌 철폐, 노동시장과 대학과의 연계성에 대한 정책 연구를 했다. 현재 대학의 역할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캠퍼스 커뮤니티, 라이센스, 지식전수. 대학은 아카데믹 요소로만 남고 나머지는 시민운동으로 넘어가야한다고 본다. 대학의 핵심은 지성인이 되는 것 아닌가? 이는 곧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시민의 교양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시 전체를 살롱화하는 거다. 이를 위해선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공간 문제다.

 

그렇게 사회 개혁을 위해 살다보면, 다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걷는 길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지 않은가여? 이 사실이 주는 불안감은 없는지.

불안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친구들 만나서 연봉얘기할 때 무력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통장잔고만 자산이 아니라 다른 것도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계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난다. <월간잉여>를 보면서도 영감을 얻었다. ‘대체 이 인간은 뭐냐. 이걸 하는 인간들은 뭐냐싶었다. ‘세상의 룰에 따르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결국 지금 세상을 지배하는 부조리한 룰을 흔드는 것 같다. 연봉이 몇인지 계산 않고 지금 하고 싶은 걸 솔직히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간을 제공하고 싶고, 내가 이 일을 하는데 있어 영감과 힘을 준다. 사실 무모한 짓을 해도 일용할 양식은 마련되는 것 같다. 그게 종교적인, 순례적이고 순환적인 삶이다.‘ 믿음이 없어서 불안하고 미래를 미리 준비하며 과다한 일을 하고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닌가? ‘믿음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져여.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간, 미디어, 네트워킹과 관련한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며, 신뢰를 높게 받는 사람으로서의 입지를 쌓고 싶다. 이루기 어려운 목표지만, 나는 일단 목표를 설정하면 이를 이루려는 의지가 큰 편이다. 하루 10시간 이상 몰두해서 일하고 공부해 전문성을 더욱 갖춰가겠다.






(격)월간잉여 16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