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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

[6월호 리뷰] 월잉적인 것에 대한 것(글_양인모)

경제학을 공부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고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죄수의 딜레마 게임 실험에서 경제학 전공자들이 타 전공자 보다 배신을 하는 비율이 두 배 가량 높았다고 한다. 기부에 관한 또 다른 연구에선 경제학 전공자들은 다른 전공자에 비해 기부를 두 배 정도 안한다고 한다. 인간은 합리적이다. 이기적이다. 가정하는 학문을 배우면 이기적으로 변하는 걸까. 물론 연구 결과가 정확하게 맞을 순 없겠지만, 그런 경향성을 보이긴 할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면 저렇게 된다는데, 월간잉여를 읽으면 어떤 사람이 될까.

월간잉여 5호.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월잉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표지. 제 1회 월간잉여 사생대회 수상작에 걸맞다. 모두가 향하는 곳 그것에서 터진 핵폭탄. 그리고 그걸 관망하는 한 잉여의 모습. 편한 자세로 컴퓨터를 하며 마치 게임 속 화면을 보듯 핵폭탄이 터진 관경을 바라본다. 그림 한 장으로 모든 게 표현됐다. 표지 안에 원고들 역시 그렇게 전쟁을 일상화하는 월잉적인 모습을 보였다. 

5호 베스트는 우선 So_Insane의 '스톱워치만 있으면 돼'이다.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전체적인 흐름을 느슨하게 했으며, 동시에 빵 터졌다. 스톱워치를 이용해 숨 참기, 눈 안 깜박이기 기록 쟤는 것을 소개했는데, 읽다가 따라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월간잉여 올림픽이 열린다면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길 바란다. 아, '전세계의 잉여들이 참은 숨이 지구환경에 어떤 형향을 끼치는지' 역시도 궁금하다. 지세준의 '지속 가능한 전쟁 속에서'은 '사상범죄'라는 것을 제시한다. 주류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한 공포. 인용구가 다소 많긴 하지만, 알랜드 보통 같은 사람의 글보다는 편하긴 하다


컬러 면을 앞 쪽에 배치했다. 사진도 많이 늘어났다. 효과가 크다. 차례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며 보기 편했다. 양태훈의 사진은 시간이 읽히고 표정이 있다. 앞으로도 월간잉여에 좋은 사진 많이 보내주길 바란다. 설까치가 소개한 조지 해리슨의 음반은 잘 듣고 있다.

월간잉여를 읽으면 어떤 사람이 되나. 아직 모를 일이다. 단 5호에서 알게 된 건 월간잉여 기고자들이 점점 공유하는 것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5호의 표지는 상징적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월간잉여를 읽으면 휴머니스트가 되겠지. 아, 본인은 경제학도다. 근데 이기적이지 않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 월간잉여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