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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

7월호 리뷰(양인모, 김진수, 김석윤)

지속가능한 월간잉여

잉여로운 일요일 오후 3, 비오는 신촌의 한 커피점. 1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가 들어온다. ‘본격 적자 잡지 월간잉여는 망해가고 있습니다’. 월간잉여의 저러한 눈물겨운 사정을 알고 모인 사람들.은 아니고 독자위원회 구성 때문이었다. 본격 적자 잡지지만 동시에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월간잉여에 다양한 의견이 필요해 모집한 사람들이었다. 근데 잡지가 휴간에 들어가는 시점에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하며 약 0.7초 동안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봤지만, 자연스럽게 잡지의 운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었다.

 

독자위원회가 아니라 잉사회, 비상대책위원회라도 구성할 기세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천막이라도 쳐야 하나. , 수첩은 필수겠지. 그날 모인 사람은 본위원장과 잉집장. 영화평론계의 아이돌 이동하는 청바지 이동진 기자는 아니고 그를 닮은 김진수,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석윤(페이스북 사진과 실물이 달라 몰라봤다). 처음 만났지만 월간잉여가 중심이 되니 쉽게 마음을 열었다.

 

이번호에 공지가 있겠지만, 월간잉여가 잠시 쉰다. 이번호 인쇄비는 텀블벅이란 사이트에서 소셜펀딩으로 어렵게 모았지만, 다음호부터는 인쇄가 힘들다는 것.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잘 버텼다고 말하고 싶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돌아보니 월간잉여와 함께 시작한 올해 참 풍요롭지 않았나? 매월 텍스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즐거웠다. 잉집장, 고맙다.

 

비대위 혹은 잉사회는 월간잉여가 휴식기에 들어가도 지속될 것이다. 본격 흑자는 아니더라도 지속가능한 잡지가 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지난 7호를 내는 동안 한계보단 가능성을 더 많이 본 게 사실. 좋은 필진들 그리고 열성적인 독자들. 월간잉여가 만들어낸 커뮤니티는 견고하다. 이를 어찌 활용할지가 월간잉여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을까(아님 말고). 월간잉여는 휴머니즘이다. 지속돼야 한다.

 

 

다음은 7월호에 대한 독자위원회의 의견들

 


기다려라 월간잉여_양인모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추적자’. 백홍석이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딸의 죽음의 배후에 있는 대통령 후보 강동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진실. 국가, , 민주주의, 시민.. 한 드라마가 저러한 단어들로 만들어내는 서스펜스는 강렬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 드라마와 현실이 묘하게 겹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기억나는 백홍석의 대사. 기다려라 강......

 

월간잉여 6. ‘법 그리고 잉여’. 속이 꽉 찬 배추랄까. 원고가 풍년이었다. 잉여에게 법은 무엇일까? 혹은 우리 시대 법은 어떻게 기능하나? 법에 얽힌 잉여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동시에 처절했다. 백홍석 만큼. 역시 노동법과 관련한 글이 많았다. 측쿠시의 잉여에게 노동법이란? 잉집장의 검은 알바의 낚싯대를 피하는 방법거친남자 10+n년 전에도 수법은 비슷했다‘. 특히 측쿠시의 글에선 백홍석의 표정이 교차됐다. 거리의 시인들의 노래 가사, 긴장 돋는 스토리. 완성도 있는 글이다. 추적자가 따로 없다.

 

김짱구의 김앤장과 잉변들은 그가 지난 4호에 실은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이어 생생했다. 광화문 주변을 점점 잠식해가는 김앤장의 모습. 그런 반면 양산되고 있는 수많은 잉변들. ‘사실 김앤장 홈페이지에 다 나와 있다 ㅋㅋㅋ라고 말하며 열심히 취재(했다고 말하는) 김짱구. 다음엔 어떤 생생한 현실을 텍스트로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한다. 무겁다면 무거운 주제들이 가득한 6, 그 속의 오아시스랄까. 문화면. 그중에서도 설까치의 잉여로운 음반들. 이번에 소개한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은 음악은 들으면 뭔가 다리가 풀리는 기분이다. 과민한 현실에서 무장해제 시키는 목소리. 음악의 힘은 놀랍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소개하길 바란다. 더불어 문화면 편집도 문화면스러웠으면 한다. 기다려라 월간잉여.

 

6(7월호)호를 읽고_김진수

월간잉여 6호 테마는 법 그리고 잉여였다. 자칫 이라고 하면 어려울 도 했지만 다행히 부담스러운 내용은 없었다. 노동법, 국가보안법, 그리고 잉여가 알면 좋은 깨알 법들까지 다양하게 다뤘다. 하지만 이라는 테마가 기존 다뤘던 테마보다 무거웠을까. 월잉만의 깨알같은 웃음은 5호보다 반감된 듯하다.

6호 베스트를 뽑자면 측쿠시 님의 잉여에게 노동법이란?”이다. 특히 아르바이트에 찌들어 사는 20대 잉여 청춘들이 자칫 모르고 넘길 수 있는 노동법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녹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경험을 풀어쓴 이야기가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노동법에 대해 알기 위해 직접 수많은 전화를 하고, 모든 기사를 스크린 했다는 부분에서는 측쿠시 님의 열정이 느껴졌으나, 또한 나의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60만원을 쥐었다는 부분에서는 조금이나마 통쾌했다. 그리고 팀장님께 설 선물로 빅엿을 줬다는 것까지.

 

전체적인 완성도는 한층 깊어졌다. 특히 각 글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앞부분에는 주로 테마와 관련된 글을, 뒷부분에는 문화 및 각종후기 관련 글을 배치했다. 고정된 글의 배치는 독자들에게 읽는데 있어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이 부분에 지속적으로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재정난 때문에 그랬을까. 5호보다 컬러면이 대폭 증발됐다. 사진도 줄어들었다. 덕분에 눈이 피곤했다. 차례 부분은 5호에 이어 눈에 확 띄며 출발했지만, 쪽 번호가 없는 페이지가 절반에 달했다. 잉집장님의 확인을 부탁한다.

 

6호를 읽고_김석윤

7월호 주제인 법- 이 주제, 좀 칙칙하다. 그래도 월잉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발랄하게 풀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쉽다. 법 앞에만 서면 괜히 주눅이 드는 것처럼 월잉도 좀 주눅이 들었던 것일까. 좀 무거웠고 쬐끔 진지했다. 5월 사생대회 첫면 사진을 나꼼수 사진으로 대체한 그 기발하고 발칙하고 귀엽고 그래서 한껏 잉여스러웠던 '잉투력'을 보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과연 '잉여다움'이란 뭘까? 잠시 휴간을 앞둔 월잉으로서는 이 부분을 가장 고민해야 할.것 같다.


호스트바 낚시 알바 기사는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 오만프로 공감이 갔다. 그 때 업주는 조용히 내 손을 잡아보고 내 눈을 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커요?"





※ 월간잉여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