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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근혜 시대에도 저는 별 일 없이 살 겁니다 (백철)

잉집장 주: 1월호 주제는 '예언'이었습니다. 언론노동자 백철님이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대한 예언을 남겼습니다.





그림 잉집장





언론노동자 백철입니다

안녕하세요 월간잉여 독자 여러분. 잉집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필명을 사용하시지만 필명도 딱히 없고 직업상 본명 내걸고 글쓸 일이 많은 고로 그냥 본명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백철이라는 인물이 왜 갑툭튀했는지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2년 전 잉집장님과 몇개월간 함께 취직 스터디를 한 인연이 있습니다. 월간잉여가 지속가능한 자활모델로 자리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20대 독립잡지'의 실험이 성공하길 바란다는 하나마나한, 월잉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생각만 하며 간헐적으로만 잉집장님과 연락을 해 왔습니다.


그러던 129, 잉집장님으로부터 '2013년을 맞으며 느끼는 개인적 소회 혹은 2013년 전망, 예측'에 대해 써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락을 받는 즉시 '대선 끝나고 글을 보내주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대선 결과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잉여 여러분들의 대선은 어떠셨습니까? 월간잉여의 주 독자층의 2030세대라는 가정 하에, 상당수의 분들은 멘붕에 빠지셨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대놓고는 못했지만 쾌재를 부른 몇몇 분들도 있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총선 이전부터 고성국 평론가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박근혜의 당선을 예상해 왔습니다. 나름 밑밥을 깔아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당일날에는 살짝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주 반 병도 겨우 채우는 주제에 (제 입장에선) 겁도 없이 맥주 한 병 반을 들이키고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이게 사는 건가"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월간잉여에 보낼 글을 '2013년 전망과 예측'으로 채울 심산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모으고, 간단한 개요도 작성해 놨습니다.


떠오르는 대로 한참을 타이핑을 치고 있던 도중 잉집장님의 요청의 앞부분인 '개인적 소회'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작성하던 글을 잠시 멈추고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고, 새누리당 정권이 5년 더 연장됐지만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질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약간은 달라질 수 있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진보매체에 종사하는 언론노동자로서 저는 박정희 유신시절 의문사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을 인터뷰하기도 했고, 나꼼수 초창기에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데 손톱 만큼이지만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2030세대는 박근혜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기사도 썼고, 하여튼 새누리당 지지자가 즐겁게 읽기는 어려운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광고에서 월급이 나오는 언론노동자의 입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제게 물질적 혜택을 별로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간 제가 속한 매체는 광고 기근에 시달려왔으면서도 나름의 타개책을 찾아 흑자경영을 지속해 왔습니다. 정부에서 광고탄압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탄압할 건덕지가 있을까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정책을 어떻게 하건 간에 저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집 한 채, 차 한 대'를 가진 집안의 자식이고, 대학은 2년 전에 졸업했으며, 임금이 높다고 하긴 어렵지만 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두환 시절처럼 언론통폐합이라도 하면 모를까, 그가 청년정책을 잘하든 못하든 저 개인의 인생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별일이 없다면 저는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명박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하고, 기사를 쓰고, 때로는 욕메일과 악플을 보며 '찌질한 놈들'이라고 속으로 욕을 할겁니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제 삶을 더 낫게 해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좀더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평범한 민중의 삶에 득이 될 만한 일을 거의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만 잘하면 금세 '민생 대통령'의 이미지를 얻을 겁니다.


20대가 얼마 남지 않은 처지에서 저는 박근혜 당선자의 '0~5세 무상보육'에 주목합니다. 저와 동년배인 20대 후반 기혼여성을 만나면 모두가 같은 말을 합니다. 애를 키우면서 직장에 다니는 것이 너무 어렵다. 남편이 아무리 도와줘도 해결이 안된다. 애 가졌을 때 어린이집을 신청했는데 두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대충 이런 이야깁니다. 순전히 개인적 관점에서 보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0~5세 무상보육만 실현시켜줘도 박근혜 정권은 제게 혜택을 준 셈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요? 박빠냐고요? 저는 박빠가 아니라 좌빨입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2004년 총선 때부터 기호 1번과 2번은 쳐다도 보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멘붕하거나, "저 무식함의 대명사를 선택한 당신들은 누구인가요? 참 대단한 그대들 무덤을 파시라 영원히"(성공회대 백모 교수)라며 박근혜 지지자들을 벌레만도 못한 사람으로 보는 일은 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우리 잉여들은 박테리아처럼 증식하고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 끝내 승리하는 인생을 어제처럼 또 내일 살아가면 그만입니다.

 



계몽이 필요한 시점

20121219. 저의 지인들, 트위터 친구, 페이스북 친구의 대다수는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순간 온갖 욕설을 뿜어냈습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된 이후에도 상당수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부정 선거 아니냐, 독재자의 딸이 무슨 대통령이냐, 유신시대가 부활한다는 둥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감정적으로 이해가 가는 말들을 올렸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계몽'이 정말 필요하다는 평소 생각을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성공회대 백모 교수처럼 '무식한 박근혜 지지자들'을 가르치자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을 박멸시켜야 한다는 '새박론'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깨어난 시민들'에 대한 계몽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새박론의 다른 버전은 비지론(민주당 비판적 지지론)과 용민론(민주당 이용론=야권연대)입니다.


새박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래도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제 얘기를 해볼까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3년에 대학생이 됐습니다. 매해 대학 등록금이 올랐지만 노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안 도와줘서 못해먹겠다는 말만 할 뿐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살해사건에 항의하는 촛불시위의 열기 속에서 탄생한 노무현 대통령은 말로만 '반미'를 외칠 뿐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협력하고, 왜 하는지 지지자들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FTA를 급하게 체결했습니다. 의회 과반수까지 확보해놓고 자기들이 내세운 개혁 법안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놓고 대통합을 하겠다며 한나라당과 연정을 제안했다가 박근혜에게 쫑크를 먹었습니다. 뉴스를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지날수록 비정규직은 급속히 늘어났고, 학교 선배들이 취업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은 더 자주 들려왔습니다. 친구들은 학점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을 하고, 졸업을 늦추고, 학교 끝나면 과외, 과외 안하는 날에는 학원을 전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히 내 삶에 피해를 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할 이유가 없듯,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좋은 정치를 할 것이라고 무조건 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새박론을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저는 민주당 편이 아닙니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재보궐선거, 2012년 총선에서 진보세력은 새누리당을 막아야 한다며 야권연대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야권연대를 해야 진보세력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새박론의 다른 버전인 용민론(민주당 이용론)입니다. 새누리당을 몰락시킨 뒤에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의회권력을 놓고 싸워야지, 그 전에는 민주당과는 기본적으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제 짧은 지식 속에서 민주당 스타일의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이 양대 축이 되어 경쟁하는 해외 정치 사례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 진보세력의 모델국가라고도 할 수 있는 스웨덴에서조차 새누리당 스타일의 정당과 사회당이 원내 최대 의석을 갖고 있습니다. 스웨덴식 새누리당의 이름은 온건당입니다. 스웨덴 온건당은 민영화와 감세를 주장하고, 기업에 대한 규체 철폐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에 가깝습니다. 노동운동이 강력했던 독일의 현재 여당도 새누리당 스타일의 정당입니다. 새박론 주장자들의 말처럼 새누리당이 몰락한다 하더라도, 새누리당의 정책의 상당수는 민주당이 이어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 여타 나라들의 정치 현실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결론입니다. 저는 현실 가능성이 없는 주장, 보수정당을 절멸시키겠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2012년 총선 전으로 되돌아가볼까 합니다. 용민론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통합진보당은 일단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묻지마 야권연대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점에서 묻지마 야권연대였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당시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의 야권연대 정책합의문에 그 답이 들어있다고 답하겠습니다. 합의문 속에 통합진보당 강령이었던 비정규직법 폐기, 핵발전소 폐지, 한미FTA 파기는 사라졌습니다. 진보진영의 3대 핵심사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내용들은 '불법적 비정규직 사용 금지', '신규 핵발전소 재검토', '이명박의 나쁜 한미FTA 재협상'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불법은 당연히 금지해야죠)


물론 정당이 좀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 보다 중도적인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진보정당들 역시 약간의 '우경화' 과정을 통해 집권당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양보가 아니라 투항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미국과 같은 양당제가 될 수밖에 없고, 올해 대선은 한국 정치가 점점 양당제에 근접해간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김소연, 김순자 후보가 있긴 하지만, 위력적인 제3후보는 결코 아니었지요.


이런저런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정치학자들은 양당제가 최악의 정치 형태라며 양당제의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 줬습니다. 학자들은 양당제가 선택의 폭을 제한해 시민들의 투표 참여 욕구를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x번 후보가 싫어서 투표하는 것과 x번 후보가 좋아서 투표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양당제는 정책 대결보다는 시민들의 실제 삶과 별 상관이 없는 '애국가' '사형제' '후보 도덕성'과 같은 자잘한 이슈를 가지고 선거를 펼치게 만듭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인종 증오나 애국가 논란 등을 계기로 10% 이상 뒤지던 선거를 역전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연락해본 학자들은 양당제가 네거티브 선거전을 부추긴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습니다. 양당제 하에서 각 당은 35~40%에 달하는 고정 지지표를 갖고 있습니다. 고정 지지층은 자신이 지지하는 당이 아무리 더러운 짓을 해도 찍어주게 마련입니다. 거대한 고정 지지층이 있는 상황에서 각 정당이 지지층을 늘리기보다 상대 후보 측에 붙어 있는 '약한 지지자들' 즉 중도층을 투표장에서 이탈시키는 게 더 쉽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입니다. 다당제 하에서 한 정당이 가진 고정 지지표는 많아야 15~20%입니다. 이럴 경우 네거티브보다 포지티브 선거전으로 자파 세력을 늘리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거전략입니다.


양당제의 대표 국가 미국의 제3정당은 수십 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20세기 초 미국에는 사회당이라는 진보정당이 민주당, 공화당과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연방 상, 하원 의석도 획득했습니다. 양당제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대선 6% 득표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눈앞의 의석 몇 개를 놓고 다투고 분열했고, 당내 우파세력은 민주당에 합류했습니다. 여러 노동조합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사회당 깃발을 버린 사람도 있었고, 1차 세계대전 당시 애국주의에 휩쓸려 민주당으로 들어간 인사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정치를 하는 '목적'을 잊어버린 채 권력 획득에만 몰두하는 진보정당은 분열할 수밖에 없고(이미 분열했죠), 자유주의 정당과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진보정당은 자유주의 정당에 먹히게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현실 가능성도 없고,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아 한국 정치를 양당제로 수렴시키는 새누리 박멸론, 민주당 이용론,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대합니다.

 







공화당의 상징 코끼리와 민주당의 상징 당나귀







박근혜 대통령의 의의

박근혜 대통령에 거는 기대, 박근혜 당선의 정당성 등에 대해서는 조중동을 비롯해 많은 언론이 여러가지 친절한 분석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박근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민주화 이후 최초의 과반 대통령, 역대 최다득표 대통령, 30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입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박근혜 당선의 의의에 대해 좀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조중동을 참고하세요. 저는 월간잉여 독자들, 그리고 저 자신이 관심 가질만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선 대통령들과 달리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대통령입니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은 20대에서 김대중에게 밀렸을 뿐, 30~40대에서는 김대중보다 많은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20대 초반, 20대 후반, 30대 초반, 30대 후반, 40대 초반 연령대에서 이회창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은 20대에서 62% 31%, 30대에서 59% 33%, 40대에서 48.0% 47.8%로 이회창 후보를 이겼습니다. 지금은 유니버설하게 비판받는 이명박 대통령조차 20~40대 층에서 40%가 넘는 지지를 받아 정동영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습니다.


박근혜 당선자는 20대에서 33.7% 65.8%, 30대에서 33.1% 66.5%, 40대에서 44.1% 55.6%의 득표율로 문재인 후보에게 뒤쳐졌습니다. 앞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 개인적 인생에 별로 분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을 잘 못챙겼기 때문에 MB보다만 잘하면 민생 대통령의 이미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을 넘어 좀더 큰 차원에서 보자면, 박근혜 5년간 청년잉여들의 삶이 MB 5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들지 않습니다.


박근혜 당선자의 대표적 2030정책으로는 청년실업 정책(스펙초월, K무브)과 육아복지 공약이 있습니다. 이중 청년실업 정책의 실효성은 솔직히 못 믿겠습니다. 스펙초월 인재채용을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의 실천이 중요한 것이지 이 정책 자체는 '우리 밥 한번 먹자' 수준과 크게 다르진 않다고 봅니다. 또한 K무브의 경우 청년실업 계층의 일부분에 불과한 해외진출 청년을 지원하는 공약입니다. 해외에 나갈 생각이 없거나 나갈 처지가 안되는 대부분의 청년세대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 박근혜 후보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박근혜 당선자라면 청년정책을 굳이 열심히 해야할까 싶습니다. 5년 후면 젊은 세대의 숫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반대로 노년층은 더 많아집니다. 어차피 안 찍어줄 계층에 투자하느니, 확실히 표 나올 곳에 투자하는 게 수지타산이 더 맞겠죠. 물론 박근혜 당선자가 제 생각과는 달리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을 열심히 펴서 2017년에는 새누리당 후보가 2030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게 해야지'와 같은 생각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박근혜 정권이 MB 5년과 같은 날치기 정치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듭니다. 박근혜 당선자는 20년 만에 취임과 동시에 과반수 의회의석을 확보한 대통령입니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은 154석이며, 무소속 의원 6명 중 상당수도 친새누리당 성향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취임 시에는 원내 제2당 소속이었습니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역시 원내 제2당의 후보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12월에 당선된 이후 20085월 국회가 물갈이될 때까지 끊임없이 제1당인 민주당의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정도 견제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특정한 '원칙'을 정하면 누구도 그 원칙을 민주적 절차로 막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끝으로 또 내 얘기

끝으로 개인적 이야기나 조금 하다가 접겠습니다. 저는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 5년보다 더 나쁘진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잉여들의 삶에 큰 보탬이 되는 정권은 아닐 것이라는 근거 부족한 짐작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세대에 신경을 많이 써주셔야 하겠습니다.


박근혜 정권 5년간 저는 저 나름대로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특히나 한국이 미국과 같은 양당제 국가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소한 유럽 정도의 다양성과 진보성이 담보된 정치 공간이 열릴 수 있도록 애쓸까 합니다. 설득할 일이 있으면 설득하고, 글 쓸 일이 있으면 글을 쓰고, 트위터에 떠들 일이 있으면 트위터에 떠들 겁니다. 닥치고 뭉쳐라는 구호는 사절하고, 두루뭉술한 포퓰리즘적 지도자가 이끄는 '3세력'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제 부모님과 몇몇 친척 어른들을 포함해) 박근혜를 지지한 1500만 명의 대다수가 '뭘 몰라서’ ‘무지몽매해서’ ‘속아서’ ‘박정희 종교에 빠져서투표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하며 2013년을 맞습니다.












※ 월간잉여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