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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

1월호 리뷰 (독자위원회)











금방 휘발되지 않고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 특별해요” - 정찬영(21·대학생·사진)

그녀를 만나러 한 대학 학보사실에 들어섰을 때 형광등은 꺼져있었고 아무도 없었지만, 난방의 온기가 남아 있어 적막하지만은 않았다. 역시나. 이내 힘없이 문 여는 소리와 함께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미소가 익숙한 여대생 정찬영 씨가 들어왔다. 취재를 마치고 왔다는 그녀는 밝게 인사하며 씩씩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월간잉여를 처음 본 것은 법을 주제로 한 지난 6호이다. 어느 가을 날 한 지적이고 상냥한 선배(는 본잉)가 월간잉여 과월호를 한가득 갖다 놓은 후였다. “잉여라는 말이 친숙하게 느껴졌어요. 왠지 이곳엔 저와 비슷한 혹 약간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했죠. 젊은 잡지 느낌이 강했어요그녀는 그 후 연속해서 여러 호들을 탐독 했다고 말하며 문득 지난 호(1월호)에 실린 장기 연애의 후유증’(낭만얄캥이)을 꺼내 보였다. 연애와 신경가소성 연결이 신선했고 특히 공감이 많이 됐다고.

월간잉여의 장점은 여러 개입이 없다는 것 같아요. 연애 이야길 해도 예술 이야길 해도 금방 휘발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고 또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게 참 특별하죠반면 정치를 소재로 한 글은 어떠면 좋겠냐는 질문엔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터 나열이나 단순 지식 전달은 지양했으면 해요. 그런 사실 확인이나 생각의 주입보단,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공간을 마련하는 글이 많았으면 합니다그녀는 앞으로 월간잉여가 좀 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독립잡지가 힘들 텐데 힘내요라는 말을 전해 달라며 이곳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어쩌면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모임 후기 같은 걸 보면 그 분위기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해요그러나 다음 모임이 있으면 참여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엔 마지못해 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여, ‘전라남도 무안하다란 촌스런 개그가 나올 뻔했다.

대화 말미 그녀는 잉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같이 바쁠 때는 이거 자기착취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자신에게 집중하고 여유를 가지고자 한다. 그중 월간잉여를 읽는 것도 그 여유의 한 모습이다. ‘냉장고에 심장을 넣어서 얼려두었다가 이후에 꺼내서 해동시키고 싶다란 낭만얄캥이의 문장이 머릿속에 맴돈다는 그녀. 올해는 꼭 예뻐지고 연애도 하길 바란다. , 심장을 얼리지도 않았으면. (글, 사진 양인모)






박근혜 시대에도 저는 별 일 없이 살 겁니다 (백철)

대선이후 스스로가 패잔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선택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비겁해보였다.  쓰라려도 냉철하게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준 글이 위로가 됐다. 덧붙여 나도 무탈히 살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흑염소

 

역사는 자기계발서 일지도 모른다 (날아)

역사를 공부한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한 재미있는 글. 덕분에 글 읽는 동안 한시도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정말 역사는 어쩌면 자기계발서 일지도 모른다. - 이지성

 

이 미친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영화 <청춘유예>(인시)

영화 속 내용을 물 흐르듯 현실과 엮어 풀어냈고, 구성도 세심하게 표현했다. - 김진수

 

장기 연애의 후유증: 어느 취업준비생의 고백 (낭만얄캥이)

연애 후유증에서 비롯한 자기 연민을 신경가소성이라는 현상적 증상으로 연결한 흥미로운 글이다. 취미가 사랑인 그녀. 사랑에 빠지게 된 지금, 상대와 취미가 같기를 기원한다. - 양인모

 

예술잉은 불안하다 (박혜민)

예술을 통해 아이러니한 현실을 잘 드러냈다. 글쓴이의 말처럼 예술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데, 정작 이 사회 예술인들은 불안하다. 과연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잉싹

 

서른 즈음에 (관남헤잉)

'나이든 청소년'이라는 표현이 와 닿았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성찰하면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놓지 않아서 좋았다. - 측쿠시

 




2013년 월간잉여의 시작은 예언이었다. 1월호 표지는 마야달력이었는데, 어째든 지구와 월잉은 살아남았다. 둥근 원 가운데 표시된 이라는 글자를 발견했는가. (표지를 제작한 구구킴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2013년에도 월잉은 우리 한가운데서 지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의 원고가 가득했던 1월호였다. 눈에 확 띄는 글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다. 다만 테마에 관한 원고가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 그마저도 희망보다는 차분함이 느껴져, 대선결과의 연장선상을 보는 듯 했다.

그 중 이 페이지는 성지가 됩니다글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대통령 취임식장이 뒤집히고, 안철수, 이정희가 망명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모태솔로는 다들 탈출하기 희망한다. ‘박근혜 시대에도 저는 별 일 없이 살 겁니다는 다량의 팩트로 구성 돼 폭 넓은 읽을거리를 제공했고, 박잉여의 남동생의 닭터와 포닭 드립은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했다.

광주를 잉여의 성지로의 현장감은 잉여라는 키워드를 통해 눈과 귀를 즐겁게 했고, 반대로 이 미친 세상 있더라도 행복해야 돼는 빛과 어둠이 교차된 한편의 스토리였다. 영화 내용 및 구성에 대한 서술이 꼼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낙관한다.’ 라는 마지막 문장은 의미심장했다. ‘내일의 잉여왕은 성황리(?)에 마쳤는데, 내용 및 그림 모두 잉여 그 자체였다. ‘장기 어느 취업준비생의 고백의 짝사랑의 시 구절에는 웃펐고, ’예술잉은 불안하다에서의 아이러니함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마저 느껴져 만감이 교차했다.

- 김진수

 

신년 기획인 예언 특집에는 정치, 사회에 관한 글만이 게재되었는데, 여기서 월간잉여 특유의 병맛이지만 멋있는 무언가를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 아쉬웠으리라. 그런 면에서 이 페이지는 성지가 됩니다는 예언 특집의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김크크님의 한마디가 몹시 신경 쓰인다. 뷔페가 사라진다니, 내 인생의 꿈도 희망도 사라지는 느낌이다.

1월호에는 제법 다양한 분야의 글이 실렸다. 덕분에 읽는 독자의 미간에는 주름이 두 줄 늘었지만 월간잉여에 이렇게 다양한 재능이 모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날아의 역사는 자기계발서일지도 모른다는 이런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지만, 글에서 말하는 역사에 대한 정의는 새삼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울림이 있었다. 낭만 얄캥이의 장기 연애의 후유증은 오랜만에 월간잉여에서 보는 연애 관련 글. 대선 전후로 감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월간잉여에 낭만 얄캥이님이 연애에 관한 글을 기고해 주신 덕분에 사람 사는 냄새가 좀 난다. 관남헤잉의 서른 즈음에를 읽으면서는 그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서른 살의 청소년이 나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 뭐가 위안이 되면서도 먹먹하다. 장진의 내일의 잉여왕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난 남자 아이돌 덕후가 아닌 관계로 거기에 숨겨왔던 나의 본성을 들어낼 일은 없었지만, 김바순 캐릭터에서 월간잉여 사이의 묘한 동질성을 느낀다. 같은 잉여니까 당연한가? 아무튼 월간잉여에 마스코트가 있다면 딱 저런 느낌일거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12월호가 다소 진지한 감이 있었다면 1월호는 월간잉여의 유머가 조금 살아난 것 같아 즐거웠다. 특히 광주를 잉여의 성지로의 외국인 Connor씨 부분은 이번호 웃음의 백미. 이외에도 깨알 같은 웃음이 숨어있는 글이 많아 우울했던 연말연시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 이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