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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터뷰

통합진보당 청년국회의원 김재연 잉터뷰


학교에 왔더니 전학 온 학생이 있다. 철수는 내 옆자리, 무성이 행님은 내 뒤에 앉았다. 그 중 한명하곤 같이 놓기 싫은데~”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누리꾼들은 이 글이 안철수 왕따를 암시했다고 봤다. (김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국회 윤리위원회 소속이자 학교폭력대책특별위원회 구성원이다.) 다른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들한테 인사하고 가야지~”라고 반말 섞인 희롱을 했다. 영락없이 전학생한테 텃세부리는 일진학생 같았다. 시간이 바뀐 걸 몰라 텅 빈 의회장에 혼자 앉아있는 안 의원의 사진은 왕따설을 더 증폭시켰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통합진보당을 떠올렸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들이 관심이라도 끌고 있지, 이들은 국민들의 관심도 못 받고 있다. 새누리당-민주당 의원들은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발의했다. 본격적으로 쫓아내보겠다는 거다. 레알 왕따다. 심지어 안철수 의원마저도 이들을 따돌렸다(?). 안 의원은 통합진보당 사람들 근처 방에 있는 것이 부담됐는지 다른 층의 방으로 옮겨달라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야말로 왕따, 동네북, 국회 안 잉여가 아닐까.

 

때마침 통합진보당 김재연 이석기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는 걸 알게 됐다. 잉여를 포함한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같은 잉여라 잉여마음을 더 잘 아는 걸까그래서 직접 만나 묻기로 했다, 가 움찔했다. 통합진보당 의원 인터뷰 실었다가 월간잉여도 종북, 아니 호북이라고 까이면 어쩌지! 나 유리멘탈이라 까이는 거 싫은데! 이렇게 내부검열을 하게 되는 매카시즘 돋는 현실이 슬펐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청년국회의원 김재연 의원을 만났다. 만난 날은 58, 장소는 국회의원회관이었다.



잉집장: 작년에 통합진보당은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당내 부정선거 의혹 기사가 며칠 동안 포털 메인에 걸릴 정도였다. 현재 통합진보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관련 보도의 영향이 컸다고 보인다.

김재연: 그렇게나 구설수에 올랐지만 돈과 관련된 얘기는 하나도 없다. 우리 당(통합진보당)은 공천권 따내기 위해 돈이 개입된다, 줄 대기 한다든지 하는 게 일절 없다. 그런데도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는 것이 큰 상처가 됐다. 우리 당은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투표로 공직후보자를 선출하고 당직을 선출하는 시스템이다. 굉장히 민주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고, 이를 더 활발히 하기 위해 온라인 투표를 도입했던 것이었다. 당 통합과정에서 그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룰에 대해서 기준과 시각을 다르게 가지고 있던 구성원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잘 관리하지 못했던 건 우리의 책임이다.

 

같은 IP에서 같은 당파 사람 표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것도 의혹의 대상이 됐다.

같은 IP가 포괄하는 공간의 범주가 넓다. 국회 전체도 하나의 IP. 예를 들어 한 종합병원에 보건의료계열 노동자들 수십 명이 우리 당에 가입돼있는 경우, 그 수십 명은 하나의 동일한 IP를 쓰게 되는 거다. 그리고 대개 이런 경우 한 사람을 지지할 확률이 높다.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다보면 비슷한 성향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 의한 결과인데, 그것이 마치 한 사람이 투표를 대리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포장된 것이다. /반 투표 문제도 마찬가지다. /반 투표로 부정선거를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나와 같이 찬반투표 용지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여러 당내 경선 후보자들이 있는데 나에게만 사퇴압박이 있는 상황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사실과 맞지 않는 것들이 언론에 보도됐고,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사실이 돼버렸다. 이런 점이 억울해도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는 누가 들어주지 않는다.








온라인 투표를 도입했던 것이 시기상조 아니었을까? 그렇게 불안정한 온라인 투표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불안정함을 알면서도 도입한 이유는, 우리가 지금 이 현실에서 도입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제도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전까지는 서로 간에 신뢰가 있었다. 민주노동당 시절에 당직이나 공직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거의 자기희생이었다. 돈이나 권력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었고, 아주 일부의 사람들이 의원 당선되긴 했지만, 대부분은 떨어질 걸 알면서 정당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펼치기 위해서 후보로 나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온라인 투표로 당선되는 사람들에게 (당원들의) 신뢰나 격려의 마음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통합직후에 바로 선거를 하다 보니 10년 동안의 역사 속에 신뢰를 만들어온 당원들도 있지만, 그것이 없는 당원들이 있었다. 당 내부 관리 원활하게 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검찰이 개입한다든지 새누리당 위원이 자격심사를 발의한다든지, 이렇게 외부에 진보정당 탄압에 이용이 돼버리는 상황이 된 게 안타깝다.

 

작년에 당내 경선 관련해서는 과열되게 보도된 측면이 있다고 느꼈다. 그 때의 관심과 너무 대비되게 내부 조사 보고서 발표, 검찰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일절 주목 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3월 경향신문 원희복 기자가 언급해줬다.

그 기사마저도 지면에는 실리지 않고 인터넷에만 실렸다. 이번에 자격심사 관련한 일이 터지며 한겨레에서 자격심사가 잘못됐다는 논조의 보도를 하긴 했다.

 

(중략)

 

소수 정당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하기 녹록치 않을 것 같다. 국회에서 잉여라고 느껴질 때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국회의원들이 느낄 것으로 본다. 그 분들은 잉여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의 표현으로 거수기라는 게 있다. 내가 손을 드나 안 드나 국회에서 무엇을 결정하는데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거다. 이럴 때 무력함을 느낀다. 특히나 원내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한 우리 당의 경우는 더하다. 어제(5월 7) 추경예산안이라는 것이 통과됐는데, 이 추경예산안이 통과 될지 말지 하는 것은 양당의 대표들이 다 결정한 거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그 당의 의원들, 그리고 그 당이 아닌 다른 당의 의원들은 발언도 한 마디 못하고 반대표만 던지고 나온다. 제도적으로는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한국 정치의 양당 구조 하에서, 양당만 합의해버리면 뭐든지 해버릴 수 있는 이런 구조 아래서 그냥 일개 국회의원이 갖는 무력감은 잉여와도 연관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총선 때 우리 당(통합진보당)20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게 목적이었고, 야권연대를 진행했던 것이었다. 양당합의가 아니라 삼당합의를 하는 구조로 만들려 했던 건데 거기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종북 프레임에 대한 정면 돌파와 원내교섭단체를 위한 대중적 지지,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20석을 얻기 위해서는 정당의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정면 돌파를 하는 과정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이미지가 깎여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중들을 쇼(show)로 유혹하는 건 구태정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친절할 필요는 있다. 우리가 맞는 말 한다는 것에 자족하면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고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쇼맨쉽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표현을 풍부하게 하라는 의미 이상으로 합리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의도 정치보다 길거리 정치를 더 많이 했다. 여의도 정치의 화법만큼 세련되지는 못하겠지만,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때 얻을 수 있는 교감이라는 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정희 대표도 작년 통합진보당 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진보적이면서도 깨끗하고 대중적인 이미지가 있었지 않은가. 앞으로도 그런 접점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김재연터뷰 전문은 월간잉여 13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