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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포츠

봄의 잉반 (설까치)







슬로우 쥰(Slow 6) [Somewhere] (2012)
5년 만의 새 앨범이지만 슬로우 쥰은 변함이 없다. 2004년, 처음 그가 슬로우 쥰이란 이름을 걸고 첫 앨범을 냈을 때 그의 음악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그 전에 몸담았던 밴드는 오! 브라더스(Oh! Brothers)였고, 그가 들려줬던 음악은 경쾌한 로큰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1980년대 동아기획을 연상시키는 감성적인 포크/모던 록으로 돌렸다.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노 리플라이(No Reply)나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같은, 이른바 '감성 모던 록'이라 불리는 음악의 맨 앞자락에 설 만한 음악가다. 1980년대 동아기획부터 1990년대 고급가요, 2000년대 모던 록의 감수성을 고루 지니고 있는 그의 음악은 새 앨범에서도 계속된다. 특히 지금은 결혼을 한 아내와 연애 중일 때 만든 노래들이 많아 더 달콤하게 들린다. 일반 기타의 1/3 사이즈라는 베이비 기타의 아기자기한 소리가 강조된, 좀 더 어쿠스틱한 방향 전환이 있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성적인 멜로디와 매력적인 목소리는 그대로 지켰다. 특히 조곤조곤 노래하는 슬로우 쥰의 목소리는 봄이란 계절과 특히 잘 어울린다.








Iron & Wine [Our Endless Numbered Days] (2004)
얼굴의 절반이 턱수염으로 뒤덮인 한 사내가 누워있다. 그 배경은 온통 초록빛의 풀밭이다. 사내의 이름은 샘 빔(Sam Beam), 한때 학생들에게 영화학을 가르치던 대학 교수였다. 강의가 끝나면 집에 와 혼자만의 노래를 만들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본격적인 음악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선택으로 인해 우리는 대학 교수 샘 빔 대신 음악가 아이언 앤 와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2002년 발표한 첫 앨범 [The Creek Drank The Cradle]은 스튜디오가 아닌 샘 빔의 집에서 녹음된 것이다. 그래서 다소 거친 듯하지만 보컬과 기타만으로 녹음된 그의 서정은 그를 포크 음악계의 '넥스트 빅 씽'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Our Endless Numbered Days]는 정식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더 많은 악기가 쓰였지만 그의 음악적 본질만은 그대로였다. 첫 앨범이 '밤'과 더 잘 어울렸다면, 두 번째 앨범은 '낮'의 나른함과도 잘 어울렸다. 다시, 얼굴의 절반이 턱수염으로 뒤덮인 한 사내가 누워있다. 그 배경은 온통 초록빛의 풀밭이다. 이 음악은 그 풀밭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당신이 어딘가 볕 좋은 풀밭에 누워 이 음악을 듣는다면 연약한 듯한 샘 빔의 목소리가 옆에서 소곤대줄 것이다.

















(격)월간잉여 12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