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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

[3월호 리뷰]So, Serious(글_양인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명작 타이타닉. 유난히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바로 잭(디카프리오)이 로즈(윈슬렛)의 누드화를 그리는 장면.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당시, 그 장면은 삶에 많은 깨달음을 줬다. 사람은 참 아름답구나. 짝꿍 얼굴이 생각났다. 그렇게 진지한 생각을 하며 보고 있는 와중, 로즈는 그런 나와 그림 그리는 잭을 놀리듯 미간을 (예쁘게) 찡그리며 이렇게 말한다.

 

, 시리어스

 



월간잉여 2. 누드화는 없었지만, 표정은 썩 진지했다. 필진들이 모두 디카프리오 코스프레를 한 건 분명 아닐 텐데, 사뭇 진지했다. 그들은 무얼 본 것일까? 예상컨대, 그들은 창간호 이후 자신 혹은 옆 사람의 누드를 본 것 같다. 혹은 어디 말할 곳 없었는데, 월간잉여가 하고 나타나자 기분 좋게 쾌변한 것일 수도 있다. 소화불량이었던 그들에게 월간잉여는 소화제로 작용한 것일까. ‘잉여다-아니다프레임 안에 생각보다 꽤 많은 이야기가 존재했다.

 

창간호에 비해 빵빵 터지는 유머가 적어 아쉬웠지만 이는 월간잉여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좋게 해석한다. ‘교양지 돋는고품격 잡지의 길. 지세준의 골방잉여의 잉여론이나 설까치의 잉여가수 윤영배의 대안적 삶을 읽을 땐 소로우의 월든 숲이 생각나기도 했다. 특히 지세준의 글엔 박수를 보낸다. 글 읽다가 숨어있는 좋은 필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식이라면 월간잉여 나아가 우리 사회는 더 풍요로워 질 것이며, 알랜드 보통 같은 사람은 긴장할 것이다. 봄꽃보다 새로운 아이패드를 오매불망 기다린 속물스런 3월을 반성한다. 단편선의 한국인 모두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많은 시사점을 줬다. 동물자유협회 등에서 딴지를 걸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비유 그리고 역설적 제안은 웃다가 고민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블랙코미디이자 잘 쓴 글이다.

 

한편 창간호엔 있었지만 지난 호에선 자취를 감춘 문화면의 상실은 그 옛날 조국을 잃은 아픔보다야 덜하겠지만, 대단히 아쉬웠다. 이번 호엔 분명 다시 나올 거라 생각한다. 특히 전지적 잉여 시점에서 쓴 영화 리뷰를 기다리고 있다. 필진의 남녀 균형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필진과 인터뷰이 8할이 남자라니? 이건 잉집장의 의도가 아닌 우연이라고 믿겠다. 두고 보겠다.

 

타이타닉에서 로즈는 처음으로 본 잭의 진지한 모습에 분명 더 빠져들었을 것이다. 월간잉여 2호를 본 독자들 역시 미간을 (예쁘게) 찡그리며 진지해라고 속으로 조숙한 척 말했겠지만, 그 매력에 알게 모르게 빠졌을 것이다. 잉여호의 돛은 이렇게 올려졌다. 타이타닉호처럼 유빙을 만날까. 알래스카에 가서 김상덕 씨를 찾자.

 

월간잉여 2호가 나가고 세계각지에서 감상평을 보내왔다. 노엄 촘스키는 "새로운 시도, 세상 유일한 언론이 되길"이란 메일을 보내왔고, 달라이 라마는 "행복하라"고 했으며,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 제의를 해 왔단다.


아, 뻥이다(이번 호 컨셉이 이거 아닌가). 다음은 진짜 불나방들의 반응들.
“….”
확인 되지 않는다. 월간잉여에 대해 말해 달라. 



http://twitter.com/inmooo




※ 월간잉여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