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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

[5월호 리뷰]이번 역은 월잉역(글_양인모)

서울역은 이상한 공간이다. 무언가 강요받는 느낌. 빨리 지나가야만 할 것 같은 공간. 사람들은 같은 표정으로 무언가에 쫓기듯 발걸음을 옮긴다. 그에 맞춰 에스컬레이터는 재촉하듯 계속 돌아간다. 식당의 음식은 생각만큼 빨리 나오며, 사람들은 들어왔다 곧 나간다. 이곳의 모든 것은 지나쳐 가는 사람을 위해 기능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공공성이라 부른다. 그 공공성에 철저하게 배제된 사람. 노숙인에게 서울역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에게 서울역 수많은 기둥은 등받이이며, 바닥에선 눕기도 하며 이야기도 나눈다. 다수가 지나쳐 가는 그곳에서 그들만이 머무는 것이다.

 

월간잉여 4. 가족이라는 테마. 물론 기고자들의 원고는 정말 소중하며, 후대 인류학자들이 한번쯤 볼법한 매우 가치 있는 원고이다. 하지만, 제시된 테마가 너무 미시적으로 빠졌다는 게 독자위원회의 의견이다. 원고와 독자 사이 존재하는 공간이 매우 좁아진 느낌이다. 기고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 외면 받을 원고들이 몇 존재했다.

 

전체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원고도 존재했다. 김짱구의 '또 하나의 가족, 삼성', 정천식의 '정신과에 가다'이다. 김짱구의 글은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사건, 그리고 나아가 그 사건의 이면을 생생하게 들으니 흥미진진했다. 마치 영화를 보듯. 거기에 확실한 문제의식은 오히려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정천식의 글. 하던 일이 미끄러진 경험,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정신과. 솔직한 이야기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을 것이다.

 

월간잉여를 서울역과 비교했을 때, 이곳은 어떤 공간일까. 다시 질문해 이곳은 어때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가다 머무는 역이 될까. 공간이 필요하다.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흥미롭게 들어갈 공간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5호 발행을 맞은 월간잉여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나쳐가는 사람들만을 위해 기능하는 서울역이 아닌, 월잉역은 머무는 공간으로 더 기능해야한다. 물론 특별한 규정을 거부하는 것도, 매니아적 요소가 있는 것도 월간잉여지만, 누구든지 끌어들였으면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잉여론에 따르면 결국 대부분이 잉여 아닌가.

 

일련의 상황은 낙관적이다. 월간잉여는 그것을 이미 느끼고 있다. "잉여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방향 등에 대해 더 툭 까놓고 얘기하겠다." 4월 총선 후, 잉집장이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내용이다. 의미심장한 말. 사회를 바라보는 월간잉여의 특별한 시선을 기대한다. 또 잉여론, 잉여논단 등에서 나온 교양 돋는 원고들. 좋은 필진들.

 

월잉역은 곧 보인다. 지나쳐가다 머무는 수많은 사람들도 보인다. 거긴 흑채 말고 흑자가 있을까.



사진 양태훈




※ 월간잉여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