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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포츠

앤디 샘버그와 고경표


론리아일랜드는 앤디 샘버그(Andy Samberg), 아키바 쉐퍼(Akiva Schaffer), 요르마 타코니(Jorma Taccona)로 이루어져 있지만 앤디 샘버그의 인지도와 인기가 다른 두 명을 압도한다.


론리 아일랜드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론리 아일랜드


패기 넘치는 앤디 샘버그


바지에 싸도 패기 넘치는 앤디 샘버그

싱글 레이디처럼 입어도 패기 넘치는 앤디 샘버그(우측)



그룹의 결성 시기는 2001년이라고 전해진다. 시작은 유명한 노래의 가사를 개사해서 부르는 것이었지만 차츰 직접 작곡도 하게 됐다. 음지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낸 건 Saturday Night Live(SNL)의 ‘DIGITAL SHORT’가 흥하면서 부터다. ‘Lazy Sunday’에서 잉여력을 과시하며 기반을 다진 이들은 ‘Dick in a box’ ‘Jizz In My Pants’ 등 수위 높은 섹드립으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I'm On a Boat’는 병신같지만 멋있는 게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줬다.


이들의 DIGITAL SHORT는 차츰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르기 시작하고, DIGITAL SHORT의 흥행은 SNL을 한국에 소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윽고 2011년 12월, SNL KOREA가 런칭한다.


많은 이들은 우려했다. SNL하면 떠오르는 것은 수위 높은 ‘섹드립', 강도 높은 정치비판, ‘똘끼’ 넘치는 출연진(그 중에서도 앤디 샘버그)이다. SNL KOREA가 이것을 재현할 수 있을까?


뚜껑을 연 SNL KOREA은 합격점이었다. 정치 비판은 다소 강박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통쾌하고 후련한 맛이 있었다. 크루들의 연기도 대체로 훌륭하다. 특히 고경표(21), 김슬기(20) 등 어린 배우들은 SNL US의 스타일을 보다 완벽히 재현한다. 연극스타일이 덜 박혀있고, SNL US의 감성에 보다 더 잘 공감해 그런 결과가 나왔으리라 추측해본다.


특히 고경표는 ‘한국판 앤디 샘버그’다. 앤디 샘버그는 제법 잘생긴 얼굴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망가지고, 패기 있는 표정연기를 펼치곤 한다. 표정은 오버스럽지만 행동에는 작위적이고 연극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 보는 사람은 '아, 저사람이 미친자를 연기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기 보다 '저 사람은 미친자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고경표의 연기스타일도 앤디 샘버그의 그것과 유사하다.



패기 보소



힙합퍼 돋네


억울한 정치적 희생양 돋네


그러나 이와 같은 크루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SNL의 재미는 들쑥날쑥하다. 호스트가 쇼의 지분을 압도적으로 차지하기 때문이다. 크루들이 안정된 연기를 하더라도 호스트의 연기가 엉망이면 다 된 SNL에 호스트 끼얹기다.


나는 똘끼가 가장 빛날 때는 진지한 표피 아래 숨어 팔딱거릴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김주혁과 김동욱이 가장 좋은 호스트였던 것 같다. 김주혁과 김동욱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혼란스러울 만큼 미친자처럼 보였다. 좋은 시치미다. 김인권도 좋았으나 그가 이미 가지고 있던 코믹한 이미지가 그의 호연이 발하는 빛을 조금은 감퇴시켰던 것 같다. 공현진, 박칼린은 드러내놓고 똘끼를 ‘연기했고’, 이는 작위적이고 연극적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되면 보는 이들은, 쇼에 흠뻑 빠지기 보단 손발을 오그라뜨리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물론 전적으로 호스트에 책임을 돌린다면 이들도 억울할 것이다. 각본의 기복도 이유가 됐을 것이라 생각된다. 호스트들은 보다 SNL스러운 연기를 펼쳐야 할 것이고, 좀 더 세련되고 ‘드립력’ 높은 각본이 이들을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좋은 콜라보레이션이다...



강박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정치 비판, 원작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똘끼, 호스트에 따른 기복은 SNL KOREA가 시즌 2로 가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다. 성공적으로 이를 극복해 쇼가 시즌 2, 시즌 3까지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경표를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