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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있는 약속(글_장모씨)

4월호에 실린 필자 moh의 본격 디스글  '잉집장 3종세트의 진실'로 잉집장의 캐리커처에 대한 긍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이 글은 잉집장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단비 같은 글. 절대 강요로 써진 게 아닙니다. 손가락 걸고 약속했을 뿐입니다. <잉집장 주>



나의 잉여적 놀음에 정신적 지주이신 그 분을 뵌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메일을 주고받으며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일시와 장소를 객관식으로 제시해 달라. 그러면 내가 택 1하겠다"는 메일 내용이 범상치 않았다. 본래 첫 만남에 대한 계획은 주관식으로 이루어지게 마련. 잉집장의 메일 내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만남이 점차 현실성을 띠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도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명동 카카오 그린. 내게는 낯익은 곳이었다. 내가 역사적인 월간잉여 창간호를 ‘득템’한 곳이자 월간 잉여가 매달 비치되어 있는 그곳에서 잉신과 잉여의 만남은 시작됐다.

월간 잉여의 창조자인 잉신 잉집장은 당차고 선한 인상을 풍겼다. 잉집장은 월간 잉여에 대해 가지는 관심과 보내준 글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황송할 따름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후, 잉집장이 커피와 케이크를 사왔다. 내심 조마조마했다. 캐리커처를 가장 절실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혹시 커피를 마시게 되면 캐리커처는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닐까? 에이, 그려달라고 조르면 되지 뭐~ 

첫 번째 약속
잉집장의 가방에는 수십 부의 월간잉여가 들어 있었다. 잉집장이 가지고 다니는 4월호 수십 부와, 또 그것을 비치하러 다니시는 잉집장의 모습을 보고서 참 대단한 열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열정이 지금의 월간 잉여를 있게 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잉집장은 내게 내가 일하는 PC방에 월간잉여를 비치해 달라고 부탁했다. PC방은 사연 많은 잉여들의 집합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쾌히 승낙했다. 그러자 잉집장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헐 뭘 이런 걸로 손가락을 거시는지요?... 하지만 내 손가락은 이후에도 두 번 더 잉집장의 손가락에 걸려야만 했다.



두 번째 약속
잉집장을 만난 건 총선이 이틀 정도 남은 시점. 자연스레 총선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미 부재자 투표를 한 나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잉집장에게 당당히 밝혔다. 잉집장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이후 잉집장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새누리당을 뽑은 것은 부모님의 출신지역 성향, 보수적인 성격 탓으로, 내가 처한 상황과 현실에 대한 안목 없이 투표를 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잉여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볼 때 내게 조금 더 득이 되는 정책을 내놓는 정당에 투표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들었다. 대선 때는 다른 선택을 하겠노라고 잉집장과 또 한 번 약속했다.

세 번째 약속
이윽고 내가 기다려왔던 캐리커처 시간. 내가 캐리커처를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캐리커처가 사진, 실물보다 훨씬 잘 나오기 때문이다. 잉집장은 그림에 열중하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뻘쭘했다. 누군가 나를 직접 대놓고 쳐다본다는 게 부끄러운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다. 아아아아, 빨리 좀 그려주삼! 에이, 카톡이나 해야지~ 애써 카톡을 하면서 시선을 돌렸지만 내 머릿속은 캐리커쳐의 결과물을 상상하고 있었다. "아직 안되었어요?" 다급해 하는 내 물음에, "생각보다 조급해 한다"고 내게 한 방 먹이신 잉집장. 나는 호기심이 많다고 말끝을 흐렸지만... 이 아가씨야, 나는 내 얼굴에 자신이 없단 말이야...
잉집장은 4월호에  "나를 친일적으로 그렸다, 잉집장 3종 세트는 보상이 아닌 벌칙"이라고 글을 기고한 moh님에게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잉집장은 "캐리커처가 마음에 들면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요청했다. 이것이 세 번째 약속이다. 이것도 손가락 걸고 꾹~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정말 나보다 낫다. 어쩜 나를 이렇게 실감나고 멋지게 표현해 주셨는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실주의에 입각한 이 그림을 핸폰으로 찍어서 지인에게 전송했다. 비슷하다고 난리가 났다.





과연 잉집장의 캐리커쳐는 사람의 외모를 정확히 파악하여 군더더기 없이, 보이는 것만을 그리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이 정도 칭찬이면 됩니까, 잉집장님?


네 번째 약속

카카오 그린에서 나온 후, 간단하게 길거리 음식을 먹고 난 뒤 잉집장과 헤어졌다. 잉집장과 손가락 걸고 약속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약속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속적인 응원'이다. 여유가 생기면 후원도 해야지.
잉집장과 한 이 날의 싸가지 있는 약속은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손가락 약속할 때 싸인과 복사를 안 해놔서 오래 갈지  의문이긴 하다.





※ 월간잉여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