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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포츠

마이웨이 My way (2011)

개봉 2011.12.21
감독 강제규
출연 장동건(준식), 오다기리 조(타츠오), 판빙빙(쉬라이), 김인권(이종대) 외
15세 관람가


기술적 성취는 훌륭하다. 화면 때깔이 좋고, 전투 시퀀스에서의 스펙터클도 돋보인다. 감독의 전작에서 보였던 어색함이 느껴지는 CG도 이 영화에선 찾기 힘들다. 확실히 돈 냄새가 나는 영화다.


문제는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공감해야 감동을 할진데, 극을 이끄는 주인공 김준식(장동건 분)과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쟤 왜 저래?”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친구들이 목숨 걸고 살려놨더니 사지로 돌아가고. 뻑하면 소리부터 지르고. 타츠오는 쉽게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자기를 위했던 친구(그 친구 덕분에 호가호위, 호의호식 할 수 있었던 주제에)의 입장을 고려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똥오줌 못 가리고 주먹부터 내지르고. 돌이켜보면 장동건의 이글이글 눈빛, 핏대 세우며 소리 질렀던 모습밖에 생각 안 난다. 아, 대사처리도 어색했던 것 같다. 장동건이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 배우였나 의심될 정도. 캐릭터 때문이겠지? 장동건 탓을 하면 안 되겠지? “그럼 우리 한 번 달려볼까?” “하하, 좋아. 하지만 내 뒷통수만 보게 될거라구”(기억에 의존하는 거라 정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음) 같은 오글거리는 대사를 준 작가를 탓해야겠지?


상대적으로 입체적인 캐릭터 덕분인지, 내가 일본말을 못 알아들어서 인지 오다기리 조의 연기가 훨씬 좋아 보인다. 타츠오(오다기리조 분)는 전쟁을 겪으며 ‘일부심’(일본자부심) 돋는 전쟁광에서 휴머니티를 아는 남자,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남자, 김준식을 사랑하는 남자로 변모한다.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면 노르망디에서 김준식에게 그렇게까지 할 리가 없다.) 그 과정을 오다기리 조는 섬세한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많은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주지 않듯, 타츠오의 변모하는 계기 역시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엔딩 크레딧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판빙빙은 잉여다. 비중이 너무 적다. 그가 분한 쉬라이는 극의 전개에 꼭 필요한 인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이웨이>에서 극 전개상 불필요한 캐릭터는 쉬라이 뿐만이 아니다. 몇몇의 한국인 캐릭터도 불필요하게 느껴지긴 마찬가지. 불필요한 캐릭터들은 쳐내고 주인공 캐릭터들을 좀 더 설득력 있고 공감 가는 인물로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많이 지루한 영화는 아니다. 빠른 시공간의 전환,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중후반까지는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노르망디전부터 지루하게 느껴졌다. 김준식과 타치오 중심의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어차피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살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어 빨리 결과나 보고 싶었다.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인물들이 제거된 상태라 긴장도 안 됐다. 이미 전투장면들을 수없이 봤기에 전투를 보고있는 것에도 질렸다. 장엄한 BGM과 함께 영화가 끝나자 해방감을 느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10점 만점에 4점입니다. 스펙터클한 영화를 좋아한다든지, ‘밀덕후’라든지, 등장배우들의 팬이라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군요. 앞서 말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간이 남아도는 잉여라도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