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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포츠

12월의 잉반(설까치)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 [King's Life] (2012)

그래도 KBS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TOP밴드'를 통해 이름이 조금은 알려질 수 있었다. 해리빅버튼의 리더 이성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스래쉬 메탈 밴드 크래쉬(Crash)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스푼(Spoon)이란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지만 인지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두 밴드 모두 음악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성수란 이름은 어느샌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져있었다. 다시 음악판으로 돌아오기까진 10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새롭게 만든 밴드 해리빅버튼은 'TOP밴드' 출연과 CJ에서 후원하는 '튠업'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그의 음악 경력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첫 앨범 [King's Life]는 해리빅버튼이란 이름에 걸었던 그 모든 기대들을 100% 이상 충족시키고 있다. 크래쉬와 스푼에서 그랬듯 잘 짜인 리프를 앞세워 남성적인 매력을 전한다. 여기에 사운드적 쾌감까지 더했다. 훌륭한 녹음과 마스터링은 해리빅버튼 사운드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렇게 호방하고 두터운 하드록 사운드를 만난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남성적인 것을 넘어 야성적으로까지 들린다. 울퉁불퉁한 근육질 사운드의 강펀치를 앞세워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Dias De Septiembre [Dias De Septiembre] (2012)

과거에 한참 블랙 메탈에 꽂혀 찾아 들을 때가 있었다. 그때 놀랐던 건, 막연히 지도상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던 먼 나라 이미지의 리투아니아 같은 나라들에도 블랙 메탈 씬(scene)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수준급의 밴드들이 양질의 블랙 메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었이다. 우리에게 리투아니가가 생소했던 것처럼 그들 입장에서도 '사우스 코리아'가 멀고 생소하긴 마찬가지였겠지만. 당연하게도 어느 나라에겐 마니아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씬이 형성되고 음악이 만들어진다. 포스트 록 역시 마찬가지. '포스트'란 말을 붙이기가 무색하게 이제는 너무 흔한 '현재의' 음악이 돼버렸지만, 그만큼 씬의 넓이는 넓어졌다. 국내에 많은 수의 포스트 록 밴드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겐 차베스 대통령으로 인식되는 베네수엘라에도 그 씬이 꽤 탄탄하게 형성돼있는 듯하다. 이 앨범을 국내 발매한 'Onion Music'에선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계속해서 베네수엘라의 포스트 록이나 포스트 메탈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디아스 드 셉티엠브레는 영어로 'Days of September'라는 뜻이라고 한다. 너무 과하지 않게 분위기를 조성해가면서 안에 담긴 잔잔한 서정성을 내비친다. 서사 안의 서정. 여유 있는 멜로디와 구성은 앨범 커버 사진만큼이나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 월간잉여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