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스포츠

4월의 잉반(글 설까치)



박지윤 [나무가 되는 꿈] (2012)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며 "할 줄 아"냐고 도발적으로 묻던 박지윤은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쉬는 동안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시규어 로스(Sigur Ros)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 같은 음악들이었다. <성인식>을 부르고 <할 줄 알어?>를 부르던 박지윤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음악이다. 16살에 처음 데뷔한 이래 박지윤은 철저하게 회사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성인식>에서의 파격적인 변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부턴가 그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타 연주와 작곡을 공부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그 결과물이 2009년에 나온 7집 [꽃, 다시 첫 번째]였다. 3년 만에 나온 새 앨범 [나무가 되는 꿈]은 지난 앨범의 흐름을 이으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서정적인 세계를 더 확고하게 하고 있다. 자신의 비중을 더 높였고, 작곡가로서도 한층 성장했다. 지난 앨범의 자작곡들이 가능성을 확인한 습작 수준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선 더 성숙하고 이야기를 갖춘 노래들이 자리하고 있다. 짙은 화장을 벗겨낸 자리에 담백하고 나지막한 아름다움을 채워 넣었다. 그저 꽃이었던 존재에서 그는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가 돼가고 있다.








여러 예술가들 [여행자의 노래 4] (2007)
'임의진'이란 사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목사였으며 시와 수필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른다. 자신의 글을 담은 책이 있고, 노래를 녹음한 음반이 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닌다. 이 글에서 가장 적합한 그의 직업(?)은 여행자 임의진이다. 그의 발길은 세상의 모든 곳을 향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들은 노래들을 모아 음반을 제작하기도 한다. 2003년에 처음 나온 [여행자의 노래 1]은 꽤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임의진이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노래들이 앨범 안에 빼곡히 들어 있었다. 편의상 월드 뮤직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분류됐지만 기존의 컴필레이션 앨범들과는 선곡이나 만듦새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이를 '정성'이나 '성의'란 말로 불러도 될 것이다.

그렇게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네 번째 앨범인 [여행자의 노래 4]에도 여전히 뛰어난 선곡과 정성스러운 글과 사진이 담겨 있다. 영화 '원스'로 유명해진 글렌 한사드(Glen Hansard)와 마르케타 이글로바(Marketa Irglova)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아르메니아와 쿠바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앨범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디에서 쉽게 아르메니아의 노래를 접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임의진의 오랜 지음이자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우리의 음악인인 김두수의 목소리로 <클레멘타인>을 들을 수도 있다. 온전한 감상용으로도, 노동요로도, 배경음악으로도 모두 뛰어나다.





※ 월간잉여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문화,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의 잉반(글_설까치)  (0) 2012.08.02
5월의 잉반(글_설까치)  (0) 2012.06.21
잉여로움이 만든 음반들(글 설까치)  (1) 2012.01.31
잉여 in 개봉영화  (2) 2012.01.21
앤디 샘버그와 고경표  (2) 201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