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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포츠

6월의 잉반(글_설까치)






George Harrison [Early Takes Volume 1](2012)

비틀즈(The Beatles) 안에서 조지 해리슨은 쩌리였다. 링고 스타(Ringo Starr)가 있었기에 쩌리짱의 신세는 면할 수 있었지만, 존 레논(John Lennon)/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존재였다. [Revolver]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Something', 'Here Comes The Sun',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같은 명곡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조명은 늘 레논과 매카트니에게 향해 있었다. 하지만 팀 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늘 신경전을 벌였던 둘과 달리 조지 해리슨은 굳이 앞으로 나서려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었으며 겸손했다. 그의 별명은 '조용한 비틀'(The Quiet Beatle)이었다. 이번에 나온 [Early Takes Volume 1]은 그런 조지 해리슨의 성정에 딱 부합하는 앨범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에 나오는 노래들을 모은 음반으로, 데모 버전과 초기 녹음 버전을 담고 있다. 매끈하게 스튜디오에서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조지 해리슨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 'My Sweet Lord', 'All Things Must Pass' 등의 개인 히트곡은 물론이고 'Let It Be Me' 같은 고전들이 마치 옆에서 불러주듯 편안하고 소박하게 담겨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그의 노래들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리고 위로를 준다.

 











새드 레전드(Sad Legend) [Sad Legend](1998)

1990년대 중후반은 블랙 메탈의 전성기였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라파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온 블랙 메탈은 결국 한국 땅까지 상륙했다. 블랙 메탈과 같은 '극단적인 음악'(익스트림 뮤직)을 듣던 소수의 사람들. 그 소수의 사람들 안에서 직접 그 음악을 해보고자 또 극소수의 사람들이 기타를 잡고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저 '한다는 것'에 만족하고 자위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여기에서 완성도를 바란다는 건 과한 욕심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새드 레전드라는 놀라운 밴드가 등장했다. 나마(Naamah)란 이름의 음악인이 이끄는 실질적인 1인 밴드였다. 나마는 블랙 메탈 특유의 어두움과 사악함에 ''()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더해 본토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개성 있는 앨범 한 장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새드 레전드의 데뷔 앨범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든 곡을 만들고 혼자서 보컬과 연주까지 맡은 나마는 이 앨범 안에선 분명한 천재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익스트림 메탈을 한다는 건 천형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음악과 생계 사이에서 계속 싸워야 했고, 두 번째 앨범은 무려 11년 만에 발표됐다. 여전히 빼어난 앨범이었지만 여전히 생계와 싸워야 했다. 최근 'TOP밴드'에 새드 레전드가 출연한다고 해 조그마한 화제가 되었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예상(?)대로 2차 예선에서 탈락한 새드 레전드는 팀 해체를 발표했다 현재는 번복한 상황이다. 그저 음악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 월간잉여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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