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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도 좋습니다(글 잉싹)

안녕하세요? 저는 '재수잉여'입니다. '재수 없는 잉여' 아니고 '재수생 잉여'입니다. 만약 이 글이 실린다면 월간잉여 8월호가 되겠네요. 주위 몇몇 사람들은 피서를 갔을 테고, 독자 분 중 일부도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허나 저 같은 '레알 잉여'들은 피서를 갈 수 없습니다.


저도 당연히 피서 가고 싶죠. 피서하면 역시 청춘과 젊음이 들끓는 바다가 좋을까요? 아니면 울창한 숲 속, 흘러가는 시원한 계곡물을 보며 잉생무상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좋을까요? 하지만 잉여들은 이런 걸 즐길 시간이 있을지 몰라도, 돈과 같이 갈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 없을 거예요. 없지 않음? 나만 그런 거임?


어찌어찌 피서를 간다 한들, 유명한 바다나 산에 가더라도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십상입니다. 휴가는 개뿔, 같이 가는 사람들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싸우지만 않고 오면 다행이죠. 심지어 남자사람, 여자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자기의 몸을 보고, 남의 몸을 보면 분노게이지가 상승합니다. 우리, 굳이 이런 곳에 가서 사서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요?




영화 <피라냐 3DD>(2012) 중


 

그래서! 도심 속 한적하게 혼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피서장소를 한군데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독서실입니다! 독서실. 수험생활이나 이런저런 고시생활을 겪으신 분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장소이긴 합니다. 허나, 먼저 이곳의 장점부터 적자면. 일단 쌉니다. 피서 가서 하루에 몇 만원씩 깨질 바에는, 독서실에 깔끔하게 7000(서울시 동대문구 기준)으로 하루를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은행 에어컨도 시원찬습니다. 들어가 봤자 전혀 시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독서실은 잘 골라 가면 한 여름에도 담요 없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줍니다. 그런 곳에 앉아서 가만히 잉여함을 즐기다보면, '이곳에 바로 천국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독서실은 굉장히 어둡고 고독하며, 조용합니다. 책상에 처박혀 혼자 어떤 잉여짓을 하든, 시끄럽지만 않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우리들의 잉여력을 마구마구 발산 할 수 있어요! 이런 장소에서는 다양한 '혼자놀기'가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월잉 5(6월호)에 나온 So_Insane님의 '숨참기''눈 안 깜박이기'정도를 추천합니다.

 

혼자 독서실에 앉아서 '잉생'에 관한 고찰을 하고 있으면 몸과 마음 모두 깨끗해집니다. 얼마나 좋은가요? 바깥에 나가서 혼자 돈, 마음, 몸 모두 왕창 깨지는 것보다 이 편이 진정한 휴식에 가깝지 않습니까? 게다가 독서실엔 고시생, 수험생 등 바쁜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 가운데 앉아서 우리 모두 잉여의 기운을 내뿜는다면, 혹시 우리들의 잉여력이 그들에게 전파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엄청난 외부효과가!

그래도 굳이 특별한 장소로 피서를 가고 싶다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독서실 책상에 바다사진+사람사진을 붙이기를 추천합니다. 거기에 수영복을 입고 독서실에 간다면 효과가 더 올라가겠으나 그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



 

혹시 이 글을 보고 독서실로 피서를 가시는 분들 가운데, 토익점수가 오른다거나 하여 탈잉여가 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나 글쓴이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어찌됐건, 올 여름 피서장소로 독서실을 강력 추천합니다!






※ 월간잉여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이는 현재 수능을 치르고 독서실을 탈출했다고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