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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워치만 있으면 돼(글_So insane)

잉여를 잉여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은 그 중 하나가 '사소한 것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소한 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무용하고 무익할수록 그의 잉여 포텐은 폭발할 것이고.

잉여는 그 잉여로움으로 말미암아 많은 잉여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경제 사정도 잉여롭기는 마찬가지. 남은 것은 어떻게 시간을 돈 없이(그러나 잉여롭게!) 보낼 것인가 하는 고민뿐이다. 잉여들이 잉여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저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게임과 미드, 일드, , 음악, 영화 및 기타 활동에 지친 잉여들에게 나의 잉여로운 시간보내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열거한 활동들로 신체에 지적·육체적·심리적 피로가 쌓인 지친 잉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단순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잉여임에도 불구하고 잉여로운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우선 스톱워치를 준비하자.



출처 doopedia





그리고 숨을 가슴 전체로(복식 호흡이 가능하다면 복식호흡을 해주는 센스!)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숨을 참는다. 그와 동시에 스톱워치의 시작 버튼을 누른다.

그렇다. 숨참기인 것이다. 이 무슨 원초적이고 한심한 짓거리냐 하는 잉여들도 있겠지만 우리들은 잉여라는 것을 떠올리며, 일단 참는다. 그냥 참는다. 막 참는다.

액티브한 활동을 즐기는 잉여들도 있겠지만 많은 잉여들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며 집에서 은둔한다는 점을 떠올려 볼 때 이 놀이는 상당히 유의미하다. 숨참기를 통해 폐활량을 키우고 우리의 건강도 챙기는 동시에, 평소에는 잉여롭게만 생각했던 공기의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월간잉여>'하루 1분 숨참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잉여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쌀뿐만 아니라 산소마저 아깝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어 세계적인 환경문제로 회자되는 요즈음, 이 캠페인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잉여들이 자신의 잉여로움을 반성하며 매일 아침 지구의 환경을 위해 1분간 숨을 멈추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잉여로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전세계의 잉여들의 참은 숨이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관심 있는 잉여가 연구해주리라 믿는다. 나도 궁금하니 잉여력을 발휘해 꼭 연구해주길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처음에는 1분도 힘들 수 있다. 본인은 130초를 넘기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230초와 3분의 벽을 깨고, 현재 3145를 최고기록으로 갱신했다. 지속적인 숨참기 놀이는 이성교제의 꽃이라는 딥키스에도 매우 유용하며, 인생에 혹시 일어날지 모를 '타이타닉 침몰'이나 '강시에게 쫓기는 상황'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대략 1그램쯤 높여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로 소개할 놀이는 역시 스톱워치 기능을 이용한 '눈 안 깜박이기'가 되겠다.

역시나 말 그대로 눈을 안 감으면 끝.

이 놀이도 언뜻 잉여 그 자체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집에서 뒹굴기만 하며 잉여력을 높이는 우리 잉여들의 게으름을 극복하고 의지력 및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놀이인 것이다.

이 놀이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 바람, 일어나서 밥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 등)이 강하지 않다면 아마도 장시간 계속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기록은 64830이었는데, 더 오래 지속할 수도 있을 것 같았으나 혹시나 눈에 이상을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어 도중에 그만두었다. 안구에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과도한 잉여력 발휘는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다음은 '눈 안 깜박이기'의 진행보고이다.


눈 안 깜박임 개시로부터 약 2분여가 흐르자 안구에 통증과 함께 눈물이 분비되었다.

눈 안 깜박임 개시로부터 약 4분 경과 후에는 고여 있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감수성이 너무 메말라 눈물을 안 흘린 지 벌써 십 수 년, 혹시나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자신을 의심하던 본인에게 눈물이 주는 달콤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감수성이 무뎌져서 눈물을 한번 흘려보고 싶다는 잉여들에게 강추한다.



이상으로  나의 혼자 노는 방법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자 한다. 차마 엄마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나의 잉여로움을 드러내 부끄럽지만, 잉여의 이름아래 모든 것이 이해되리라 믿는다.

다음에 더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하게 되면 소개하겠다.




※ 월간잉여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놀고 있네"라는  비아냥에 상처 받은  적 있는 당신!
<월간잉여>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혼자놀기 방법이 있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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