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에게 봄이란

저번 설문 조사에서 돈 많이 벌어서 전문기관에 맡기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친 적 있는데, 한 달 사이 현실이 달라질 리 없었다. 또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명(남 62명, 여 38명/ 22세~39세)에게 물어봤다. 이번에는 온라인(서베이 몽키)에서만 진행했다. 이번에도 역시 대표성 없는 설문조사임을 염두에 두어 주시길... <잉집장 주>

사진 JiHoon

잉여에게도 봄은 기다림의 대상이다.  ‘봄’이란 단어를 들을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 묻는 질문에 월간잉여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년잉여 중 76%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아무 느낌이 안 든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한 이들은 9명이었다. 기타응답으로는 “그 또한 지나가리라” “계절의 개념이 없어집니다....”등이 있었다.

‘봄’이란 단어를 들을 때 긍정적 감정이 드는 이유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좋은 날씨’로, 약 59%가 이를 선택했다.(복수답변 허용) “뭔가 진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느낌”이 들어 긍정적인 감정이 든다는 응답은 26%를 차지했다. 특기할 점은 6명이나 “투애니원이 좋아서” 봄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긍정적인 감정이 든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 6명은 투애니원과 투애니원의 멤버 박봄을 좋아하는 잉여임에 틀림없다.

기타응답으로는 “추위가 끝나서”, “겨울이 지겨워져서”, “여성분들 옷이 화사해져서”, “이번 봄엔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란 희망을 2초 동안이나 간직 할 수 있어서” 봄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가스비 걱정 없어짐. 아싸”라는 경제적 이유의 답변도 눈에 띄었다.

‘봄’ 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한 이들 중 5명은 “공채 시즌이 다가오는 게 부담”되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봄은 새 학기의 상징, 아직 대학생인 잉여들은 새학기를 떠올리며 학교 다니기 싫어서 봄이 싫다고 답했다.(4명) 커플들의 ‘염장질’이 심해져서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고 답한 이들은 2명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쓸데없이 허파에 바람만 들고 나중에 감당이 안 돼서” “또 잉여인 상태로 봄을 맞는 게 잉여스러워서” “날씨도 좋고 꽃도 피고 모두 즐겁게 웃는데 나만 초라한 거 같아서” 등이 있었다.

↑염장 지르다 솔로 잉여들 눈에 띄면 아주 좆되는 거야... (사진 최성욱)

'봄'의 연관어로 가장 많이 선택 받은 것은 ‘벚꽃’이었다. 16명이 벚꽃을 적었다. 역시 꽃 계열에 속하는 개나리(7명 선택)나 진달래(4명 선택)는 라이벌 벚꽃에 무릎을 꿇었다.

봄의 연관어로 노래 제목을 꼽은 이들도 상당 수 있었다. ‘봄날은 간다’(김윤아)(5명), ‘봄이 오면’(브로콜리 너마저)(2명)이 그것이다. 투애니원의 박봄을 떠올리며 ‘내가 제일 잘나가’를 적은 이도 있었다.(1명) 제목 대신 가사를 쓴 사람도 있었다.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봄보로 봄봄 봄봄 봄보로 봄봄봄’을 써낸 이들이 그들이다. 롤러코스터의 전반적인 음악이 봄의 감성을 나타낸다고 답한 이도 존재했다.(1명)

 봄에 나올 ‘디아블로3’을 손꼽아 기다리는 잉여도 있었다. 그는 봄의 연관어로 ‘블리자드, 디아블로3, 타임머신’을 연달아 써냈다.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를 낸 시점으로 타임머신 타고 가고 싶다”는 의식의 흐름이 보이는 단어 조합이었다.

연애 관련 응답을 한 이들 역시 눈에 띄었다. 봄의 연관어로 사랑(7명), 솔로(2명), 연애(2명). 연ㅋ애ㅋ(1명)등 단어를 쓴 사람도 있는 반면, ‘그래도 안 생겨요’ ‘뭘 나열해도 나는 쏠로’ ‘내 인생에 봄은 오지 않아’라고 푸념조의 문장을 쓴 사람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