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기획] 잉여들의 거짓말



취업한 애들 '꼬라지' 보기 싫어 거짓말

잉집장: 잉여이기에 해야 했던 거짓말이 있었나?

비쎈떼: 누가 만나자고 하면 조모임이 있어서, 과제나 시험이 있어서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만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잉여인 내 처지에 다른 이들을 만나는 것도 사치 같고, 또 다른 이들 만나봤자 위축될 것 같아 거짓말 한 것이었다.

후앙: 어쩐지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해한다. 나도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하는 조기축구 모임에 몸이 안 좋다고 하고 안 나간 적 있다. 취업한 애들 꼬라지보기 싫어서.(좌중 웃음) 축구회에 소속돼 있는 고등학교 때 덜 친했던 친구 중, 은근히 경쟁심이 느껴졌던 친구들이 먼저 취업했다는 얘길 들으니, 그들과 마주하기 싫어졌다.

잉집장: 애인 있나?

비쎈떼: 있다.

후앙: 난 없다.

잉집장: 애인에게 거짓말한 적은 없나?

비쎈떼: 없다. 여자 친구도 취업준비를 같은 시기에 했다. 서로 잉여의 시기에 만나 힘을 주고받은 사이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사이다.

잉집장: 사귀기 전에 꼬시려고 한 거짓말은 없나?

비쎈떼: 없다.

후앙: (당황하며) , 너 그렇게 거짓말을 안 해? (좌중웃음)

잉집장: 후앙 씨가 분명 거짓말 많이 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었는데...

비쎈떼: 정말 없다. 여자 친구한테 잔다고 하고 TV본 것도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이겠다. 그거 말고는 없다.

잉집장: 아무래도 술을 많이 드셔야겠다...

비쎈떼: 나 술 못 마신다.

잉집장: 부모님께는 거짓말한 적 있었을 것 같다.

비쎈떼: 친구들과 만나고 있을 때, 부모님께 전화가 오면 조용한 곳을 찾아가서 전화 받으며 공부하고 있었다고 하는 정도? 놀고 있다면 걱정하실 것 같아서...

후앙: 나는 지금 인생 최대의 거짓말 중이다. 부모님은 내가 언론사와 병행해 대기업도 준비하시는 줄 아신다. 하지만 사실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대기업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꼬박꼬박 나오는 돈의 노예가 되고, 일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술 먹으면서 동료와 상사 욕하며 풀고. 물론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성실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나는 못 그럴 것 같다. 나는 들어가도 곧 뛰쳐나올 것 같다. 대기업 측도 날 안 받아줄 수도 있지만.(웃음)

 

이 때 카를로스가 도착했다. 카를로스는 족발집에 가득 찬 손님들을 보고 "아직 대한민국 경제 안 죽었네?"라고 이죽대며 착석했다.

 

후앙: 왜 늦었나?

카를로스: 미안하다. 일 때문에 늦었다.

잉집장: 잉여이기에 해야 했던 거짓말에 대해 얘기 나누던 중이었다.

카를로스: 거짓말은 회사가 나한테 하고 있다. 지금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회사의 팀장이 3월에 공채 낼 건데, 그 때 너를 뽑겠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런데 내가 매출기록을 봤는데 매출이 하향세였다. 매출이 늘어야 사람을 뽑던지 할텐데... 그냥 나 열심히 일하라고 약을 파는 것 같다.

잉집장: 부모님께 거짓말 한 적은 없는가?

카를로스: 지난 학기 취업이 안 됐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놀아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려고 보니 돈이 없었다. 놀 돈 모으려고 시작한 게 지금 하고 있는 이 '알바'. 그런데 집에다는 '인턴'하고 있다고 거짓말 했다.

잉집장: 알바와 인턴의 차이는 뭔가?

카를로스: 알바는 돈을 벌려는 이유가 주목적이고, 이력에는 상대적으로 도움이 덜 된다. 반면 인턴은 스펙에 추가된다는 이점이 있다. 부모님께 인턴 한다고 말했을 때, 굉장히 좋아하셨다.

 

 

잉집장: 여자친구 있나?

카를로스: 있다.

잉집장: 여자친구 꼬시려고 한 거짓말이나, 사귄 후 한 거짓말은 없나?

카를로스: 그런 거 하나도 없다.(웃음)

잉집장: 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여러분들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이 기획은 아주 X되는 거다.

(후략)

 

 

이 기획이 X됐는지 안 됐는지는 월간잉여 4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회 월간잉여 신춘문예  (0) 2012.12.03
2012 잉통령 후보  (0) 2012.11.12
월간잉여 창간호 방담 전문  (0) 2012.04.03
잉여에게 봄이란  (1) 2012.03.09
[기획] 2012 잉여들의 뇌구조  (1) 201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