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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의 섹스(글_정잘랩잘)




얼마 전 단골 까페에서 우연히 월간잉여와 조우했다. 잡지를 보던 중(아마 5월호일 듯) 잉여의 섹스라는 주제가 눈에 띄었고, 다양한 형식으로 기고를 받는다기에 재밌을 것 같아서 작업해봤다.

 

처음 잉여의 섹스라는 주제를 봤을 때 '잉여의' 섹스는 '연인간의' 섹스와 반대되는 개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쏠로라는 게 사랑에서의 잉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 여친 없이 자위행위만을 반복하는 잉여 남성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컨셉은 '자위행위, 그리고 그 행위의 의미 없는 반복' 정도가 되겠다.

 

이미지를 보면 글자들로 만들어진 패턴이 있다. /잉여//섹스// 라는 글자들을 일정하게 반복시킨 후 행간을 심하게 좁혀서 만든 패턴이다. 잉여의 섹스, 그러니까 자위행위의 반복을 은유하기 위한 것이다. 그 글자들의 반복에는 시작과 끝이 따로 없기 때문에 잉여의 섹스, 섹스의 잉여, 혹은 잉여의 섹스의 잉여 어떻게 읽던지 그건 각자 나름이다.


배경 이미지는 누가 길바닥에 흰색 페인트를 잔뜩 쏟은 우리 동네 보도블록을 직접 폰카로 찍은건 것. 남성의 정액을 은유하기 위해 사용했다. 따지자면 체액은 곧 섹스의 잉여물, 잉여의 섹스의 잉여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월간잉여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