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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잉여에게 (반다경)

수능이 끝났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매달렸던, 멀리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12년 간 매달려온 교육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시간들이 남았다. 공부 잘하는 법, 성적 올리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많았지. 근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난생 처음 맞이하는 넘치도록 잉여스러운 시간들을 어떻게 쓰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다.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토록 기다린 수능이 끝났는데 그 후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수능 끝난 후에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다니!


수능이 끝난 뒤의 시간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첫 잉여의 시간이다. 오롯한 자유의 시간. 스스로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오롯한 나만의 시간. 학원,, 학교, 과외, 등을 도는 것은 내 의지의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들 이었다. 자 이제 완전한 자유가 주어졌다. 무엇을 할 텐가? 왜 자유를 줬는데 먹지를 못하니. 순대국을 사왔는데 먹지를 못하니.


스케줄러를 쓰면서 하루하루를 나름의 계획을 하면서 지냈던 이들도 있을 테고, 그냥 학교 종치면 수업 듣고 종치면 밥 먹고 하며 살아온 이들도 있을 테다. “수능 끝난 다음에 뭐 해야지~”하면서 하고 싶은 리스트를 쫙 뽑아놨을 수도 있고, 수능 끝나도 별다른 계획이 없을 수도 있다. 난 모두 후자였다. 수능 끝나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 이해한다. 내가 뼈와 살을 깎아 느낀 것을 말해볼까 한다.

 

 

슈퍼스타k4 中


No.1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 내가 뭘 잘하고, 뭘 할 때 재밌는지, 뭘 좋아하는지 살펴보자.

원서 쓰기도 바쁜데 뭔소리냐고? 일단 들어봐. 이거 중요하다. 놀고 먹고 나가 놀고, 컴터하고, 게임하고, 애니팡하는거 다 좋다. 애들이랑 놀러 다니고 그러면서 그 속에서 찾아봐라 뭘 하고 저지르자. 나도 몰랐던 진짜 나를 발견하자. 내가 잘하는건 거창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마치 손톱에 낀 때처럼 사소하고 작은 것일 수도. 그래서 내가 이걸 잘하는 구나, 좋아하는 구나 미처 자각도 못하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친구 셋이 다니는데 두 놈이 맨날 싸운다. 피씨방에서 서든을 할지 피파를 할지 리그오브 레전드를 할지 따위의 아주 사소한 걸로. 근데 희한하게도 내가 있으면 잘 안 싸운다. 말빨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갈등을 중재 하는 걸 잘하나 보다’, 하고 깨달아 보자.

여태까지 점수로 매길 수 있는 것만 자랑거리로 여겨왔다. 이런 건 점수로 매길 수 없다. 하지만 내 재능, 내가 잘하는 건 제 점수는요-”로 못 메기는 것 일 수 있다. 점수로 나타나지 않는 진짜 재능을 찾아보자.

 


No.2 조그만 성취를 쌓아라.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관찰하던 중 뭔가 하고 싶은게 생기면 스스로 기한을 정해보라. 막연히 "살 빼야지" 보다는 "졸업하기 전까지 10kg 빼야지." 애니팡을 하더라도 "높은 점수 받아야지"가 아니라 "요번 주 내로 50만점 받아야지", 이게 낫다. 왜냐면 이게 스스로가 뭘 해냈다는 성취감을 주거든. 뭔소리냐고? 앞으로 대학생활, 그리고 그 후에 인생은 수능처럼 정해진 기한이 없거든. 스스로 기간을 정하고 이뤄야 되거든.


스스로 구체적으로 작은 목표를 정하고 해내면 이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100권읽기라는 구호 보다는 읽고 싶었던 10권을 진짜로 다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기 키와 상관없이 무조건 45kg 만들기 보다는 일주일에 1kg씩 빼면서 5주 운동하기 요게 더 실현 가능하다. 남이 정해준 목표 말고, 실현 가능한 나만의 목표를 잡고 아~주 사소한 것, 우스워 보이는 것이라도 일단 한번 해내 보자. 그게 자신감을 준다. 진짜라능.

 

운전면허 따기, 여행가기, 살 빼기, 알바하기, 음악듣기, 영화보기, 게임하기 등등 뭐 해라 누가 정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정하라. 그런데 그걸 하는데 저 두 가지는 꼭 마음에 뒀음 좋겠다.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건가?’,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찾아보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고 싶은걸 찾았으면 너만의 목표를 정하고 이루라고! 조그만 것부터 차근차근.



, 잉여 넘치는 시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 자유를 쓸 준비 됐지?! 건투를 비네!

인생은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 굿럭b.

 



<멋지다 마사루>








※ 월간잉여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