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자의소리

[창간호 리뷰]월간잉여는 휴머니즘이다(글_양인모)


 

따분하지만 안전한 잉여로운 겨울의 그저 그런 나날. 야심한 밤 늘 그렇듯 침대 이불 속에 들어가 하이에나적 기세로 뭐가 없나하면서 애()폰으로 포털의 기사들을 염탐하고 있는 와중. 떡밥을 덥석 물었다. 그건 바로 월간잉여 창간 관련 기사. 21세기를 살아가는 잉여들의 당연한 조건반사적 행동으로, 지체 없이 검색질을 했고 블로그부터 트위터까지 월간잉여를 아래위로 훑었다. 오호, 매력 있는데? 그렇게 속으로 도도하지만 단아하게 말하며, 무엇에 홀린 듯 잉집장에게 한 권 보내달라고 했다. ‘시가 내게로 왔다김용택 시인이 말했던가. 그렇게 월간잉여가 내게로 왔다.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2호는 더 좋은 잡지가 되도록 할게요란 잉집장의 포스트잇. 이 사람 글씨 진짜 못쓴다.하며 잉여적 동지애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는 진정한 레어템 월간잉여 창간호를 펼쳤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겸손한 동양적 사고관을 밝힌 첫 장부터, 잉여들이 바라보는 사회, 정치, 문화, 일상 이야기들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도전과 창의가 있을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란 기개 있는 마감 후기까지. , 강남잉여 최애봉 씨의 박애주의적 사진을 싣는 대범함과 광고주에게 광고 달라는 모습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잡지란 편집 방향. 거기다 중간에 빵빵 터지는 유머까지. 이것은 분명 존재론적 성찰과 해학이 조화롭고 잉여적으로 엮인 실존주의적 잡지다. 공감과 웃음의 연속.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그랬다.

 

인간은 다른 본질이나 가치에 기대지 않고 철저하게 홀로 남겨지며, 때문에 스스로 절망하며 동시에 자유롭다

 

월간잉여를 암시할 수 있는 문장이다. 잉여들은 더 이상 그들이 규정한데로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고, 우석훈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월간잉여라는 하나의 매체를 통해 홀로 남겨지며 그 속에서 자유를 찾으며 웃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엄친아, 엄친딸의 시대는 이미 지나간 듯하다. 바야흐로 잉여들의 시대다.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월간잉여의 앞으로를 더 기대한다. 여기선 위선도 훈수도 규정도 없고, 잉여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은가. , 모두가 잠든 새벽 냉장고를 털지만 가릴 건 가리는 잉집장이 있기에 더 희망차다.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잡지. 월간잉여는 휴머니즘이다.







※ 월간잉여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