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잉여논단

한국의 모두(개새끼 포함)에게 기본소득을(글_단편선)

2011년까지 2년 연속으로 1인당 국민소득(GNI) 2만 달러가 넘고 제주도가 세계 7대 경관에 당당히 선정되었으며 평창엔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는 등 바야흐로 글로벌 선진국을 향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전진 또 전진하고 있는 이 대한민국 땅덩어리에서 개새끼로 산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개새끼? 돈 벌어올 능력도 의지도 껀수도 없는 이 땅의 잉여들은 일단 다 근본 없는 개새끼라 할 수 있다. 자네가 사회에 뭔 도움이 되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자네의 인생이 사회에 있어 무슨 의미가 있나?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사회를 위해 열심히 노동할 생각은 없나? 전혀 없습니다! 그래가지고 벌어먹고 살긴 하겠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자네는 이 땅의 훌륭한 개새끼 중 하나로군! 감사합니다! 컹컹!


이 땅에서 잉여란 대략 1)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2) 무언가 하고는 있지만 자신에게나 사회에게나 결코 실물적인 도움은 되지 않아 보이거나 3)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비정규직,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일컫는 데 쓰이는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뭔가? 어쨌거나 아무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못 벌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일단 차를 못 산다. 차를 못 사면 연애를 못 한다. 연애를 못 하면 결혼을 못 한다. 결혼을 못 하면 자식을 낳지 못 한다. 자식도 없고 돈도 없으니 노인이 되면 그냥 죽어야 한다. 물론 돈이 없으니 효도(부모님 생활비 셔틀)도 못 한다. 효도를 못 하니 부모님도 그냥 죽어야 한다. 부모님을 죽이면 개새끼다. 그러니까 개새끼는 다 죽어야 한다. 개새끼가 되지 않고 죽지도 않기 위해서 우리는 존나 일하기 싫어도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반 이상은 3)과 같이 도로 개새끼가 된다. 통계를 보니 개새끼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존나 이상하네? 왜 글로벌 선진국이 되어 가는데 개새끼들이 점점 늘어가지?

 

개 사진 잉집장


갖다 붙이려면 다 갖다 붙일 수 있다. 젊은이들이 3D업종을 기피해서 문제야. 중소기업에도 취직을 해야 하는데 다들 대기업만 가려고 하니까 문제지. 나는 내 손으로 민주화도 했는데 요새 젊은이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어. 안보의식도 너무 없지 않나? 아 이런 개새끼들. 보다 심플한 답이 있다. 원래 그냥 그런 거다. 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인간이 그렇게 죽자 사자 생산에 매달릴 시점은 이미 몇 십 년 전에 지난 거다. 그러니까 그냥 일 할 필요 자체가 별로 없어진 거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모두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살라 배우나? 어쨌건 일 할 사람은 별로 필요 없지만 일 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일 하던 놈 잘리면 다른 놈 쓰면 되고 또 잘리면 다른 놈 쓰면 되고 임금 올려달라면 자르고 다른 놈 쓰면 되고 임신하면 자르고 다른 놈 쓰면 되고 데모하면 자르고 다른 놈 쓰면 되고여하간 실업자가 많으면 여러모로 편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왜 일 안 하면 사람을 개새끼로 만드나? 개새끼를 만들어야 일을 할 거 아냐! 짖어! 컹컹!


나는 제안한다. 이런 개 같은 상황은 제발 우리 대에서 집어치우자. 한국의 모든 개새끼들에게, 모두에게 조건없는 기본소득. 기본소득(Basic Income)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국가나 사회가 모든 구성원에게 조건없이 동등하게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생활비가 달 단위로 통장으로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 일하기 싫은 놈은 일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해도 된다. 그래도 안 굶어죽는다. 일하고 싶은 놈은 일 하면 된다. 일 한다고 기본소득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니 오히려 하면 할수록 소득이 늘어난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무조건 일 할 필요가 없으니까 좋지 않은 노동조건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를테면 하루 8시간 노동에 야근에 철야가 취향이 아니라면 굳이 감수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이다(현재 한국사회에서 이걸 못하면 근성없는 개새끼로 분류된다). 파트타임이나 단기 계약직을 울며 겨자 먹기가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아이를 키우거나 가정을 돌보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등 돈이 되진 않지만 인간에게 꼭 필요한 활동들도 더욱 존중받을 수 있다. 돈 벌어오지 못하면 개새끼가 되는 개만도 못한 사회를 넘어 개는 개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삶은 삶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기본소득 줄 돈은 어디서 나냐고? 댁들에게 뜯어오는 건 아니니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한국에는 우리보다 훨씬 크고 거대한 개자지들이 득실대고 있다. 개자지 랭킹 30위권까지가 국내총생산의 96%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 ,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1) 개자지를 털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산다 2) 그냥 개새끼로 살다 뒈진다. , 당신은 어느 쪽?

 

* 기본소득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biyn.kr



 

※ 월간잉여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