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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터뷰

금산사에서 만난 잉여(글 측쿠시)


6월은 '멘붕'의 달이었다. 언론사 공채가 쓰나미처럼 지나갔다. 나는 그 파도에 함께 쓸려가지 못 하고, 여전히 잉여로 허허벌판에 남겨져 있었다. 이젠 정말 끝난 걸까.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무작정 절로 향했다.

그곳은 잉여들의 천국이었다. 삼시세끼 차려주는 밥 먹고, 절에서 직접 덖은(물을 더하지 않고 그대로 볶아서 타지 않을 정도로 익힌다는 뜻이다) 귀한 차를 마셨. 맛있었다. 하늘보고 숨 쉬고, 절하고 숨 쉬고, 자면서 숨 쉬었다. 공기도 맛있었다. 그렇게 첫 날이 지나갔다. 다음 날,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템플스테이에 한 청년이 합류했다. 그는 특기가 캐리커처라고 했다. 캐리커처라니!!

얼마 전 잉집장이 내게 캐리커처를 그려준 일이 있다. 그녀는 나더러 그리기 어렵게 생겼다며 타박하더니 완전 모욕적인 그림을 내밀었다. 자기가 그려놓고도 낄낄댔다. 심지어 엄마는 그 그림을 보고 화냈다. 이건 잉집장에게 복수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 청년에게 날 좀 그려달라고 했다. 호오, 기대이상이었다.

 




잉집장이 그린 캐리커



그 청년이 그린 캐리커쳐



...보고있나, 잉집장?

 

 

마침 그 청년은 막 잉여가 된 참이었다. 나는 월간잉여를 소개하며,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뉴잉여에게 힘을'이라는 있지도 않은 코너를 말해가며 구슬렸다. 금산사에서 서울로 돌아온 지 2주째 되는 날, 그렇게 잉여 만화가 고일권 씨를 다시 만났다.




고일권씨가 그린 금산사


 


고일권 씨는 생각보다 진지한 잉여였다. 초반에는 디아블로 '만렙' 찍어서 바바리안이 된 얘기라든가, 아침 6시가 돼야 잔다든가- 하는 전형적인 잉여성을 보여줬더랬다. 그런데 인터뷰 시작한 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는 "불가능한 꿈을 꾸되, 리얼리스트가 되자"는 체게바라의 말을 인용하며 근면성실한 삶의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 때부터 나는 속으로 '고일권은잉여인가안잉여인가안,안잉여라면잉터뷰는어떻게되는건가'를 고민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성실한 만화가가 되고자 하는 잉여였다. 그러나 언제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게 문제다.



※ 고일권 씨와의 잉터뷰 전문은 월간잉여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