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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터뷰

몸으로 살자: 이계삼 잉터뷰




사진제공 이계삼





(전략)

잉집장: 밀양의 밀성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셨다. 졸업생들 대부분 직업이 없거나 비정규직인 것을 목격하며,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힘내라, 견디자고 하는 것이 사기가 아닌가느끼고 그만 두셨다는 글을 본 적 있다.

이계삼: 그렇다. 그리고 사실 정규직 교사는 안정적이고 월급도 많이 받는다. 그런 내 처지에 아이들에게 견디라고 하기가 걸렸는데, 이제 내가 백수가 됐으니 얘기가 완성됐다.

이제 아이들과 같이 농사짓고 살려한다. 지역공동체를 조직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며 살겠다. 주변에는 목공소, 장애인 기업 등이 생길 것이다.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현금소득을 얻지 않아도, 노동한다는 사실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보편적인 삶의 테크트리라는 게 있다. 대학에 가고, 직장에 들어가는. 말씀하신 공동체가 뿌리 내려지고 전이되면 교육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대학만을 위한 입시에 몰입하지 않는다면 (공교육을 받는) 12년 동안 다양한 체험을 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격한 동의) 지금 학교가 의미 없는 공간으로, ‘교육 불가능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이유도 사회 전체가 대학이라는 아비투스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대학이라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데, 깡통계좌다. 서연고 나와도 취업 안 되는 애들이 많다.

또한 각자 잘 하는 게 다르다. 교육심리학에서도 10명 중 1~2명만이 지적재능이 특출하다고 한다. 각자 잘 하는 것을 하며 살면 된다. 운동 잘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고, 나머지는 몸을 쓰고, 농사짓고 살아가면 된다.


나도 지적재능이 특출나지 않은데 농사지어야 하나. 만약 밀양의 공동체에 가게 되면 열심히 하겠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삶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당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부루마블을 할 때도 처음에 똑같이 판돈을 주고 시작하지 않는가. 이것이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경제성장, 증세와 직접 연동되는 것이 아니다. 이게 꼭 현금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가단위에서는 농민쿠폰을 발급하고, 바우처를 통해 학비를 지원하고, 광역단체에서는 농기구나 농약에 대한 상품권을 발행한다. 토지원부에 농지가 등록된 사람은 연간 50만원의 상품권을 지원하는 거다.

아까 내가 보는 민주주의는 정치라는 병목을 통과하지 않고도 스스로 조직해 우리의 삶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것에 대한 실천이기도 하다. 농업의 부흥이라는 의제, ‘교육 불가능을 넘어설 수 있는 교육실천이라는 내 화두가 녹아든 것이기도 하다.

이런 공동체가 체제 전체를 넘어서는 보편 모델일 필요는 없다. 가능성만이라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풀무학교도 가능성을 보여줬고, 주변에 그런 삶의 방식을 전이시켰다.

영감을 준 학자는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 슈마허는 마르크스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마르크스주의가 거대기술, 2차 산업, 산업화, 기계적 노동을 얘기한다면 슈마허는 적정기술, 1차 산업, 소품종 소량생산, 창조적인, 소외 없는 노동을 얘기한다. 학생들과 이런 것도 함께 공부하고 싶다. 이런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며 몸근육으로 얻은 사실 충만한 글을 쓰고 싶다.


몸과 근육으로 얻은 글에 대한 말씀을 듣다보니 진중권이 생각난다. 혹자는 그를 입만 살았다고 평하기도 하는데, 사실 나는 진중권이 좋다. 일베인과 트위터에서 싸우고 토론하며 바르는모습에 쾌감을 느꼈다. 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를 돌아봤을 것이다. 뭉쳐서 패드립치고, 자신의 계급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고를 하면서 그게 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활동이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진중권 씨 얘기에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낄 때도 많다. 그는 미학적으로 덜 떨어지고, 후지고, 추한 것을 못 견딘다. 말도 안 되는 후져빠진 인간들을 우리는 그냥 외면하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지 더러워서 피하냐고 하는데 그는 직접 똥을 밟으면서 조롱한다. 그런 측면에서 진중권을 다른 키보드워리어들에 비해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개인주의자고 그 역시 운동의 형태로 복무하고 있다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가 부르조아적인 미감을 가졌다는 점, 디지털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을 경계한다. 진중권 씨는 NL을 굉장히 경멸하는데 그 이유가 봉건적이고 농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디지털시대에 소달구지 끌고 다닌다고 조롱하는데, 방향 없는 진보, 기술주의, 기계미학을 옹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는 그게 불편하다. 그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을 좋아하는데, 사실 발터 벤야민은 기계미학을 예찬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쌓여가는 폐허 속에서 뒤로 가라고 했고, 기술적인 속성들이 만들어낸 파시즘에 공포를 느꼈다. 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학의 기계성에 대해 성찰 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월간잉여 독자 및 잉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잉여라는 단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 체제에서 내가 필요하지 않는 존재라고 스스로 타자화 하며 자조하는데, 이런 생각에서 지금의 체제에서 벗어나는 걸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떠들 수 있는 건 떠들고, 히피적으로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좀 더 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이동시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하고, 집에서 상추나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고깃집이 아닌 옥상에서 친구들과의 시간을 가지는 거다. 수동적이고 객체화된 삶에서 벗어나자. 같이 공부도 더 했으면 좋겠다. 분명 우리를 들뜨게 하는 사상이 있다.



※이계삼 씨와의 인터뷰 전문은 월간잉여 12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