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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장의 잉여, 공간의 박탈 (짐송) ‘연애’라는 말의 사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열렬히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 불과 얼마 전까지 이 ‘두 사람’이 ‘남녀’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사전적 의미가 교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그 두 사람이 남녀일 때에 한정하긴 한다. 어쨌든 이 연애는, 두 사람이 ‘오늘부터 1일’을 약속함으로써 시작되는 관계로 유독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룰이 많다. 다시 말하면 연애는 그 룰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합의된 룰이 없으면 연애는 성사되지 않는다. 특히 중요한 룰 중 하나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무는 결국 소비일 수밖에 없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연애’라는 관계가 시장의 영역에 포섭된 지는 이미 옛날옛적으로 새삼스러울 것 하나 없는 사실이다. 낭만.. 더보기
[미래소설] 네로의 여자(서민) “서라!”‘이크, 들켰다.’네로는 책을 옆구리에 낀 채 냅다 뛰기 시작했다. 경찰복을 입은 사내 세 명이 쫓아오고 있었다. 네로는 달리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단축번호 1번을 눌렀다. 탁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다음 모퉁이를 돌면 출구가 보일 거다.”네로가 모퉁이를 돌자마다 맨홀 뚜껑이 열렸고, 네로는 입구 속으로 몸을 날렸다. The Matrix (1999) “휴우, 살았다.”네로는 몸에 묻은 흙을 털었다.“타이밍이 좋았어. 아, 너 말고 내가.”모피우스의 말에 네로는 빙긋이 웃으며 옆구리에 낀 책 세 권을 내밀었다.“책이 왔다고?”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네로의 시선은 한 여인에게 가 있었다. 그 여인 역시 네로의 미소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여인이 입을 열었다.“걱정 많이.. 더보기
니 남편 섹스 존나 못해 (낭만얄캥이) 밤 열 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지랖 넓은 선배 K(이하 오지랖)의 전화였다. 그는 한숨을 쉬며 나와서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내 구(舊)남친의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인 모양이다. 연예인들이 애용한다는 강남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단다. 그것도 아버지가 탄탄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잣집 딸내미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나는 “괜히 오버하지 말고 나중에 술자리 안주로 꺼내놓게 오늘 일 잘 기억해 놓으라.”며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 쯤 지났나. 이번에는 카톡이 울렸다. “그 여자 완전 돼지더라. ㅋㅋㅋㅋ" 그 여자란 구남친과 결혼한 여자를 말한다. 대화의 진원지는 대학교 친구들의 단체 카톡 방. 페이스북에서 봤는데 그 여자는 어쩜 양심도 없이 그 몸매로 드레스 입은 사진을 당당하게 올릴 수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