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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이라는 감정문화(김신식) “인간이 느끼는 시간은 거짓이다. 그것은 시간 자체가 아니라 시간을 느끼는 우리의 느낌일 뿐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1오늘날 시간만큼 잉여를 애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없으리라. 간혹 섬세한 잉여들은 자신에게 다가온 말들의 저의를 시간에 초점을 맞춰 짐작한다. ‘오후 세시’에 걸려온 전화, 가라앉은 목소리로 통화를 시작하면 “어……쉬고 있는데 미안해요” 같은 배려에는 ‘자고 있을 시간은 아닌데, 팔자 좋구나’ 같은 꿍꿍이가 있진 않을까란 의구심이 스며드는 것이다. 잉여가 될수록 시간은 점점 하나하나의 느낌으로 정리된다. 내게 다가올 (대부분 따가운) 반응이 예상되고 혼자만의 대화는 늘어간다. 행동은 정작 일어나지 않았는데 공상은 풍부해진다. 그렇다고 위에서 인용한『불안의 서』속 페소아의.. 더보기
고캔디 트리비아(쌀) 2014년 8월 모일, 뉴욕의 한인타운 근처에서 고캔디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사전에 기획된 것은 아니었다. 나와 캔디는 초면이었고, 예정에 없던 만남이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마침 가방에 월잉이 두 권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선물로 건네고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월잉에 인터뷰를 싫으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캔디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 인터뷰는 그 결과물이다. 대화는 한국어로 진행됐다. 형식은 인터뷰지만, 사실은 그냥 수다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녹취를 하지 않고 메모한 것에 기초해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옮겨실을 언론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 이 글의 최종 원고는 캔디의 확인을 거쳤음을 밝힌.. 더보기
두 여자의 노들섬 서식기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공보물에 "4만여 평 노들섬을 텃밭으로 놀린 것은 심한 것 아닌가요? 노들섬에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하지 않은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그런데 3년간 텃밭은 심한 것입니다. 이곳에 시민들이 즐기는 문화 여가시설을 건립하겠습니다."라고 써 있었다. 빡쳤다. 텃밭도 '문화 여가시설' 아닌가? 꼭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세금 들여서 건축하고 세운 뒤, 시민들의 돈을 쓰게 만들어야 문화 여가시설인가? 그런 식의 보여주기식 행정, 토건 행정으로 삶이 나아지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에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노들섬을 계속해서 '놀리기를' 바랐다. 노들섬을 놀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또 있다. 23세 .. 더보기